윤상민 기자

지난 몇 년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계속 내려갔다. 응시자 수가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로스쿨 학생들의 부담감은 계속 증가했다. 이런 부담감은 학생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조급해진 학생들은 관심 있는 과목 듣기를 포기했다. 시험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법에 대해 고찰을 할 시간도 없었다. 시험 과목을 외우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또한 변호사 시험 시간도 부족하다고 한다. 적어야 할 답안지가 많기 때문에 웬만한 것들은 다 외워야 한다. 이들은 가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시험을 잘 치는 기술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에게는 선택을 위한 여유가 없다는 게 느껴진다. 

 “고등학생 3학년을 3년 동안 하는 것 같다” 로스쿨에 다니는 취재원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단순히 공부할 양이 많아서 고등학생 3학년을 3번 한다고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은 다른 학년과 다르다. 공부할 양이 늘어난 것도 있다. 하지만 수능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수능을 앞두면 배운 것을 궁금하기보다는 어떻게 빨리 푸는지에 더 초점을 두게 된다. 문제 푸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해하기를 앞서 그 문제를 외어버리기 일쑤다. 내가 보냈던 고등학생 3학년도 대부분 그랬다. 학문을 배웠다기보다 문제를 풀었다가 맞는 것 같다. 이런 공부를 할 땐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아직도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보면 문제 푸는 방식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씁쓸하다.

아직도 몇몇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주입식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공부 방식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직업종사자의 업무수행능력 중 70.6%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 할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와 로봇이 발전해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미 가까운 장소에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기계들을 볼 수 있다. 계산대를 보는 직원이 무인기기로 대체 됐고, 로봇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도 만들어졌다. 막강한 정보력과 생산력을 가진 컴퓨터를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한 주입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

이런 세상이 다가와도 우리가 바뀌지 못하는 것은 주변 환경 때문이다. 로스쿨에서는 변호사 시험이,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이 우리를 시험에만 매달리게 만든다. 이제 우리나라도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시험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브래그는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실을 얻는 것보다 새로운 사실을 생각해 내는 법을 찾아내는 것이다’라 말했다. 우리나라의 몇몇 교육 환경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얻으려고 만 한다. 사실을 얻는 것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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