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정 편집국장·문화부장

글을 써야 한다는 의지가 크게 꺾인 적이 있다. 작년 12월 기자로서 마지막 발행주를 맞았다. 마지막 발행주에 마지막 기사. 그토록 원했던 순간을 필자는 즐기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기간의 불화 때문이었다. 마음이 복잡해지고 생각은 이리저리 흩어졌다. 글을 쓰는 게 처음으로 싫어졌다. 이 경험 때문인지 필자는 의지가 꺾이는 상황을 다시 만들고 싶지 않다. 편집국장으로 <부대신문>에 있을 동안.

하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기자들이 써온 초고를 트레이닝하는 일은 어려웠다. 기자에게 타당한 이유로 문장의 흐름이나 비문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직접 고쳐주지 않는 부장의 노력에 기자는 힘들고 괴롭기까지 하다. 고쳐야 할 것 투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대신문>의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은 일간지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일간지는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부장 측에서 마무리해 신문에 내보낸다. <부대신문>이 일간지와 다른 체제를 가진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부대신문>의 존재와 관련 있다. 필자에게 트레이닝을 받은 기자가 <부대신문>을 이끄는 편집국장이나 부장이 될 수 있다. 매년 부장이 바뀌는 대학 언론의 체제에서 안전한 존속을 위해 혹독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신문 부수를 줄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예산 탓인 줄 알았다. 하지만 뒤로 들려오는 얘기에 필자는 멍해졌다. 학교 청소부가 배포대에 많이 남은 우리 신문을 폐지로 판다는 것이다. <부대신문>의 발행 부수는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배포대에 많은 부수의 신문이 남아있다. 또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 온라인에 기사를 게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조차도 구독률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대신문>은 왜 존재하는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하나의 사회로 많은 사건이 발생한다.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의제를 던지는 기관은 부산대학교에서 <부대신문> 하나다. 그렇기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

필자는 많은 선배가 만들어 놓은 길 맨 앞에 서 있다. 무너져도 길을 끊어서도 안 된다. 대학 사회에 언론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후자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정확히 규정한 행동이다. 필자는 편집국장 임기 동안 단단한 길 하나를 또 만들 것이다. 대학 언론의 존재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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