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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에 담긴 조선, 굴레를 벗고 살아나다
  • 반상민 기자
  • 승인 2019.03.03 19:33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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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제색도> (1576作)
<만폭동도> (1576作)

 

웅장하게 뻗은 금강산 산줄기, 그 속에 시원스레 쏟아지는 구룡폭포. 아름다운 조선의 풍경을 조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가가 있다. 바로 겸재 정선이다. 그는 한국의 전통 회화법 ‘진경산수화’를 최초로 정립해 우리 자연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겸재 정선은 조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조선 전기 화가는 중국 화풍을 따라 그림을 그려 조선 고유의 풍경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조선 후기에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 기법을 만들었다. 이에 조선의 많은 화가는 조선 풍경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진경산수화는 중국 화풍에 겸재 정선의 기법을 융합한 방식이다. 해당 화풍은 단순하고 강력한 필선을 보인다. 더불어 흑백 대비를 조절해 중심이 되는 경치를 부각하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 <인왕제색도>는 이러한 특징이 모두 반영돼있다. <인왕제색도>는 우리 산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거친 붓질 표현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그림 속 화강암은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풍긴다. 

겸재 정선은 작품의 사실감을 중요시했다. 자신이 직접 본 자연을 소재로 삼았다. 당대 화가들은 주로 중국 작품을 모방하거나,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작품화했다. 겸재 정선은 이 틀을 깨고 직접 본 조선의 풍경을 그렸다. 또 겸재 정선은 시대상을 반영해 작품 속 인물을 표현했다. 기존의 조선 작품들은 중국 회화의 영향으로 신선이나 도인을 많이 그렸다. 하지만 겸재 정선은 조선 사대부나 서민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러한 특징들은 <만폭동도>에서 특히 돋보인다. <만폭동도>의 풍경은 겸재 정선이 직접 본 모습을 작품화한 것으로, 사실감이 두드러진다. 이는 화폭을 가득 채우는 기법과 섬세한 붓질로 더 부각된다. 또한 당시 조선의 평민 남성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작품이 더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진경산수화는 조선 후기 성행한 조선 성리학과 실학의 영향 속에서 탄생했다. 당시에는 민족적 자긍심을 중요시하고, 실재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분위기가 유행했다. 겸재 정선은 이를 자신의 미술 영역에 끌어왔다. 겸재정선미술관 김용곤 관장은 “겸재 정선은 중국 화풍의 틀을 깨고 조선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노력했다”라며 “그만의 특유한 기법으로 한국 미술사가 독창성을 갖출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반상민 기자  basa9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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