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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회, 대학가를 뒤흔들다] 학술 생태계 교란하는 부실학회
  • 유효상 기자
  • 승인 2019.03.03 18:41
  • 호수 1576
  • 댓글 0

 

작년, 일부 교수와 대학원생이 연구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혹은 외유성으로 부실한 학회나 학술지를 이용해 논란이 됐다. 교육부 조사결과 우리 학교 연구자들도 상당수 해당 학술단체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러난 부실학회 참가 실태

작년 9월 정부는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이하 와셋) 또는 OMICS Publishing Group(이하 오믹스) 학회 참가실태 전수조사 결과 및 향후 조치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작년까지 83개 대학의 연구자들이 와셋이나 오믹스 주관의 학회에 참가했다. 또한 참가 횟수는 1,289회, 참가자수는 1,056명에 달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62회 참가했으며 참가자수는 51명이다.

해당 단체들은 연구자들에게 논문을 투고받아 출판하는 학술단체다. 이러한 학술단체들은 자동 논문 생성 프로그램이 생성한 가짜 논문도 발행할 정도로 허술하다.「<부대신문> 1566호(2018년 9월 2일자) 참조」 해당 학술단체는 참가비만 내면 동료심사 없이 학술대회 발표와 논문 출판을 보장한다.

이러한 부실 학술단체는 연구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연구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연구실적 평가에 불공정성을 유발한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학술정보공유센터 정영임 연구원은 “검증되지 않은 학술회의를 통한 엉터리 출판물의 양산은 정상적인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을 황폐화시킨다”라고 말했다. 

악용되는 오픈엑세스

전문가들은 새로운 학술출판 방식 악용과 국가 연구사업의 평가 체계상의 허점 등을 부실학회 논란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오픈엑세스라는 새로운 학술지 출판 방식이 등장함에 따라 이를 악용하는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가 연구사업 평가 체계의 허점을 이용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출판사의 지나친 상업화 등 전통적 학술출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오픈엑세스(Open Access, 이하 OA) 운동이 시작됐다. OA 운동은  누구나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논문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학술지 △편집 △발간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논문 저자가 지불하는 학술지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학술지 출판 구조에선 논문 이용자가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악용하는 학술단체가 나타났다. 와셋과 오믹스가 이에 해당한다. 일부 학술 출판사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OA형식으로 논문을 출판해주고 연구자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Shen and Bjork. 2015>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996개 출판사가 8,000여 종의 부실 학술지를 발간했다. 부실 학술지에서 출판된 논문 건수는 2010년 5만 3천여 건에서 2014년에는 41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정영임 연구원은 “오픈액세스를 악용해 제대로 된 동료심사 없이 저자로부터 논문게재료를 챙기는 허위 학술지가 등장했다”라며 “△피인용지수 △저렴한 논문게재료 △단시간 내 동료심사와 출판 등을 미끼로 하는 허위 학술출판사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추기는 평가체계, 경계 모호한 부실학회

국내 연구자들은 연구 성과의 양적지표가 주요 평가기준으로 활용되면서 저질 연구성과물 양산 유혹을 받아 왔다. 국가연구사업인 BK21 사업이 해외 학회 참석, 논문 발표 등 국제화 실적을 요구하면서 연구자들에게 논문 개제 편수가 주요 평가 지표로 인식됐다. 작년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이 실시한 <유사학회 와셋(WASET) 사태 인식과 대응방안 의견조사>(이하 BRIC 인식조사)에서 연구자 34%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양적 연구사업 평가 지표가 문제라고 답했다. 한 연구자는 ‘연구보고서 단계에서 양적 평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논문 개수 늘리기에 힘쓰는 일부 연구자를 본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BRIC 관계자는 “외국 학회 참가 횟수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부실 학회 참가의 동기가 될 수 있다”라며 “실적을 쌓기 위해 좋은 학회보단 참가와 발표가 쉬운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이 모호해 부실 학술 단체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정 학술지 출판 단체가 출판한 학술지 일부가 부실하다고 해서 그 학술지 전체가 부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부실성에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부 부실 학술지가 SCI에 일시적으로 등재되기도 했으며 OMICS 학술지 10여종 이상이 SCOPUS에 등재돼 있다. <Regier, 2018>에 따르면 부실 학술지가 남아시아, 중동, 터키, 아프리카에 편중돼 있다 보니, 이 지역의 신생 학술지가 부실 학술지로 오인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BRIC 관계자는 “세상에는 분야별로 수천 개의 학회가 있다”라며 “와셋은 부실성이 극에 달한 경우여서 가짜 학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학회의 부실성 파악이 어렵다. 우리학교 R&D 미래전략본부 관계자는 “부실학회는 실제로 참석하지 않고서는 그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없다”라며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이 부실학회 검증을 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결국 판단 주체는 연구자

부실학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와셋과 같은 부실 학술단체에 검증없이 참석한 연구자의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레인넷’ 같은 연구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와셋을 검색하기만 해도 2014년에 와셋의 부실함에 대해 쓴 글을 찾을 수 있다. BRIC 인식 조사에 참여한 연구자 절반이 부실한 학술대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중 한명은 ‘활발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라면 와셋과 같은 학회가 얼마나 허술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윤리정보센터 이인재 센터장은 “결국 학회의 건전성 판단은 연구자가 할 수밖에 없다”라며 “연구자는 자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효상 기자  yhs9805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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