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대문학상 소설부문 응모작은 6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적은 응모였다.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인가, 이야기의 힘을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한 것일까, 아니면 이야기가 던지는 희망고문에 더 이상 낚이지 않기로 단단히 옷깃을 여몄든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혐오의 바람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 일상에서 대놓고 용감해지기로 약속이나 한 듯 더 가시화되고 있다. 주저함이나 머뭇거림으로 최소한의 양심 한 자락을 잡고 있었던 마지노선들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하는 사건들은 내일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참담함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주소의 풍경이다. 광포한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무기력하고 황폐해졌다. 그래서일까? 전반적으로 이번 응모작들의 경향성은 뒷심이 부족했다. 개개의 작품들이 선택한 소재나 사건들의 중량감에 비해 그것을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힘이 약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울림이 얇았다.

그럼에도 이 지점에서 G.루카치가 언급한 ‘어둠 속에서 저 빛나는 별을 보고 정처없는 여정의 길을 나선 문제적 개인’이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와 불화하고, 불화를 정치화해서 분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여행 중인 문제적 개인을 어김없이 만날 것이다. 올해 만난 6편의 소설 작품들 역시, 예의 그 문제적 개인으로 다가왔다. 응모작들의 면면을 보니 공통적으로 갑/을, 학교폭력 등 우리시대의 폭력을 사건화하면서 이 속에서 삶을 엮어 나가고자 하는 주체들의 내면적 성찰을 다루고 있었다. 경험적 서사형식을 빌어 자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자기를 확인해 나가는 힘겨운 발걸음들이 원고지 밖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그런데 작가란 모름지기 일상을 소재로 포착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상에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자일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영원히, 카산드라>, <승소>, <biophoton> 이었다. 

<영원히, 카산드라>는 학교폭력이라는 시의적인 문제를 포착하여, 과거와 현재, 두 사건을 겹치는 세련된 구성을 했다. 한 사건은 자살, 또 다른 사건은 삶을 엮고자 하는 이중적 구성을 갖고 있고 주제의식도 돋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밀도 있게 엮어나가는 힘은 부족했다. <승소>는 가상의 세계를 다루면서 인간소외의 극단을 묘사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문제의식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결말부의 식상함은 오히려 이 작품의 문제의식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biophoton>은 자아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방식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러한 탐색의 과정이 자칫 관념적으로 흐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의 구성력으로 이 난관을 피하고 있었다. 작가는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끝까지 써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는데, <biophoton>의 경우 그러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엇보다 문체의 밀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세 작품을 놓고 오랫동안 논의가 있었다. 세 작품이 각각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특히 <영원히, 카산드라>와 <승소>를 두고는 더 고민이 깊었다. 최종적으로 ‘대학문학상’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거칠지만 실험정신에 의미를 더 부여하기로 하고 <승소>를 선택했다. 그래서 <승소>를 가작으로, <biophoton>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이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이번 수상이 부디 좋은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