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지나간 임랑 해수욕장. 모래가 해안도로를 넘어 민가에도 들어왔다. 백사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탓에 파도와 바람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이번 피해로 어떤 민박집은 문을 닫기도 했다. 윤세윤(기장군, 72) 씨는 “높은 파도에도 모래가 넘어오는 상황”이라며 “태풍이 오면 난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들이닥치는 모래와 파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연안 침식에 취약한 부산
 
부산 지역 해수욕장에 모래가 줄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2016년 11월부터 1년간 백사장 면적이 4.2% 줄었고, 임랑 해수욕장은 1980년대보다 반이나 줄었다. 해양수산부가 매년 실시하는 <연안침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지역 연안 9곳이 ‘B(보통)’등급과 ‘C(우려)’등급을 반복하고 있다. 2010년부터 10년간 이뤄지는 제2차 연안통합관리계획 내 연안보전사업에 부산시는 지방자치단체 11곳 중 5번째로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자연적으로 모래는 유실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침식되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또한 해안선이 단조로워 모래가 해안에 잘 머무르지 않는 동해안은 침식이 더 심하다. 그럼에도 △항만 △인공 방파제 △*호안 △해안도로 건설 등이 이뤄져 모래 유실량이 늘고 있다. 실제로 송도 해수욕장과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리조트와 호텔 등이 백사장 주위에 빽빽이 들어섰다. 백사장은 강에서 내려온 모래가 쌓이는 것인데 그 길을 막아섰다. 건물들이 들어서서 변화된 해안선은 침식을 더욱 심화시킨다. 장태수(한국해양대 해양환경학) 교수는 “해안선이 인위적으로 형성돼 자연적인 균형이 맞지 않다”라며 “균형을 이루려면 건물이 있는 곳까지 백사장이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연안 침식이 일어나면 인근 주민들이 위험에 빠진다. 백사장의 모래가 유실되면 해안선이 육지와 가까워진다. 백사장이 태풍, 해일 등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파도와 모래가 거주지까지 넘어온다. 더군다나 연안 지역은 본래 자연재해에 취약한 곳이다. 2016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까지 5년간 전국 연안 지역의 자연재해 피해액은 전국 피해액의 66%를 차지했다. 백사장이 계속 좁아지면 피해 정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번 태풍 ‘콩레이’로 임랑 해수욕장과 해운대 해수욕장 등에서 모래로 피해를 입는 일이 있었다. 윤세윤 씨는 “사람이 치우기 힘들 정도로 해안도로에 모래가 넘어왔다”라며 “굴착기를 지원받아 모래를 치웠다”라고 말했다.
 
관광지 주민들은 그 피해가 더 크다. 토사 손실로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줄고, 이에 따라 관광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장학봉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휴양지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10% 침식될 때 경제적 가치가 14%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랑 해수욕장 인근 주민 A 씨는 “모래 면적이 계속 줄고 있어 해수욕장이 없어질 수 있다”라며 “현재도 백사장이 좁아 파라솔을 꽂을 공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랑 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10여 m밖에 남지 않았다.

위) 좁아진 백사장으로 태풍 피해가 커졌다

아래) 모래가 바다로 유실되고 있다

연안과 주민을 보호하려면
 
현재 부산시는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연안보전사업에 등록하여 모래 유실을 막고 있다. 국비를 지원받아 해안 침식 및 모래 유실이 나타나는 곳에 양빈 등 여러 방호공법을 실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정부 *양빈과 동시에 잠제, 돌제 등이 설치됐다. 최근 기장군청은 임랑 해수욕장을 제3차 연안보전사업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사업에 선정되는 것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서는 모래가 어떤 현상에 의해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일례로 해양수산부는 연안침식 실태조사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업만으로는 수많은 해안의 위치별 수심과 모래 이동량 등을 알 수 없다. 침식등급이 ‘D(심각)’ 등급이어야만 해안선 및 수심 정밀 측량 등을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안침식연구팀 진재율 팀장은 “해안침식은 매우 복잡하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라며 “지방자치단체가 해수욕장을 오래 유지하려면 정밀 관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침식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데 각 지역의 해양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진재율 팀장은 “침식 방지 시설이 오히려 침식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공적인 대응을 남발해서는 안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침식 방지 시설로 인한 2차 피해와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해양수산부가 제2차 연안정비사업을 실시한 일부 지역에서 침식 범위가 확대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연안 재해 피해를 줄이고자 대응 매뉴얼을 확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연안 침식에 적합한 재해 대응 기술을 연구하고 연안 재해 예보를 보다 정확하게 하는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 그 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제2차 연안통합관리계획 변경계획에서 재해 대응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관련 법률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빈: 모래를 보급하여 인위적으로 해변을 조성하는 일.
*호안: 하안 또는 제방을 유수로 인한 파괴와 침식으로부터 직접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
*잠제: 파도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물속에 설치하는 구조물.
*이안제: 해안선과 떨어진 해면 측에 해안선과 평행으로 설치하는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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