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경 기자
최근 뉴스는 아동학대 사건 보도로 가득했다. 특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사건이 연일 보도됐다. 아이의 뺨을 꼬집고 때리는 것과 더불어 혼자 교실에 남아 있게 하는 경우까지 다양했다. 어떤 상황이든 약자인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합리화될 수 없다. 더욱이 보육교사는 스스로 보육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다. 이들은 보육 자격을 갖추기 위해 아동 관련 수업과 실습을 거치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이 아동 학대를 저지른다는 것은 정말 모순적이다. 나는 그 모순에 더욱 분노했고 아동 학대를 보육교사의 인성 탓으로 여겼다.
 
한데 매번 의문이었다. 그들은 아이를 대상으로 왜 그런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인지. 많은 언론에서 그 이유로 보육교사의 열악한 환경을 지목했다. 여러 기사를 읽어도 그들이 말하는 과도한 업무가 어떤 수준이며 교사에게 배정되는 적정 아동 인원은 몇 명인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취재원에게 구체적으로 몇 명의 아이를 맡는 게 정당한지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취재를 계속해도 의문이 풀리지 않자 되레 답답해지기까지 했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 한 명 돌보기도 쉽지 않잖아요?” 한 취재원의 답변이 내 의문을 해결했다. 한 명이라는 단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수치였다. 그 대답에 얼마 전 유치원생인 사촌 동생을 혼자 돌봤던 일이 떠올랐다. 사촌 동생과의 소통은 정말 어려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울며 떼쓰기 일쑤였다. 하루종일 그런 상황이 반복됐고 결국 나는 사촌 동생에게 크게 소리치며 혼을 내버렸다.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던 사촌 동생을 보며 소리 지른 것에 약간의 후회도 있었지만, 다시는 혼자 아이를 돌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보육교사들도 이런 상황에서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아동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지만 전공과목에서 아이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법을 배우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아동학대 가해 교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매일 다수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그들의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개인의 인성을 탓하기 전에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필요하지 않을까. 보육교사들은 보육뿐만 아니라 일지 작성 등 행정 업무도 함께 해야 한다. 최근에는 아동학대를 우려해 CCTV 열람을 요구하거나 미니 녹음기를 몰래 아이 가방에 넣어 보내는 학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다시 보육교사들에게 스트레스가 가중되게 만든다.
 
자신의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학부모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보육교사에 대한 감시를 늘리는 것은 아동학대를 예방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보육 교사에게 추가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악순환만 될 뿐이다. 아동학대는 하나의 요인만이 작용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단편적인 요소만 보고 아동학대가 보육교사 탓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원인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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