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대학 교원의 단결권 전면 부정은 헌법 불합치라고 판결했다. 즉 대학 교원도 그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학 사회 전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전원재판부는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다고 선고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이 대학 교원들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단결권은 노동기본권의 핵심으로 노조의 △조직과 운영 △제반 단결활동을 보장하는 권리다. 교원노조법 2조 본문에서는 교원노조 가입 대상을 초, 중등 교원으로 명시해 대학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헌재는 ‘해당 법률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며 ‘이는 노동 3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해당 법을 2020년 3월 3일까지 잠정 적용토록 허용하고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이 개정되면 법외노조였던 전국교수노동조합은 합법노조가 된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헌법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을 노동자로 규정한다. 교수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교수는 임금을 목적으로 지적 노동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교수들은 △신분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는 △교수 계약임용제 도입 △대학 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등 사회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임용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무 조건을 계약으로 정해 임용· 재임용 하도록 하는 교수 계약 임용제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또한 대학 구조조정과 기업의 대학진출 등으로 ‘단기계약직 교수(비정년트랙)’나 ‘강의전담 교수’가 등장하게 돼 교수들의 근무 조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신분이 불안하고 급여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비정년트랙 교수의 급여 수준이 전임교수 임금의 50%에 불과한 대학도 있다. 더불어 교원의 재임용절차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청구현황에 따르면 대학의 재임용 거부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홍성학 위원장은 “교수를 일반적인 노동자와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다른 노동자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라고 전했다.

단결권 인정해야

그동안 교수들은 노조를 설립할 수 없었다. 1999년 교수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이 제정·공포됐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었다. 또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따라서 교수들은 개별적으로만 노동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6년 ‘대학교수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국회의장 앞으로 ‘대학교수의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권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교수회 및 대학평의원회로 교수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기구로 교수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수협의회 및 대학평의원회는 △학칙 제, 개정 △학사 운영 △기타 대학 행정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때문에 교수가 대학 운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교 내 문제에만 국한돼 정작 교육부나 사학법인연합회를 상대로 근무 조건에 대해 단체 교섭할 수 없다. 홍성학 위원장은 “임금이나 임용기간 협상에서 교수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평등하지 않은 단결권

초, 중등 교원에게만 단결권을 인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해외 어디서도 교수 단결권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교수 노조의 단체교섭 방법 및 단체협약체결권 인정 여부 등을 일반 노동조합 및 초·중등교원 노조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 홍성학 위원장은 “한국처럼 교수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라며 “이는 초, 중등 교원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번 헌재의 판결로 교수가 노동자라는 점과 그들에게도 노동권을 지킬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8월 30일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으로 교원노조법이 교원의 범위를 초·중등 교원으로 한정함으로써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원천봉쇄해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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