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천

문사철 대표

요즘 중국은 서쪽 지역을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국경을 넘어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뻗어 나가는 이 개발 사업을 중국인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 부른다. 150여 년 전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서부로 진출하던 그 시절을 미국인은 ‘서부개척시대’라 부른다. 서부개척이 미국을 경제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것처럼, 중국인은 일대일로를 통한 대국 굴기를 꿈꾸고 있다. 오늘은 두 대륙에서 시차를 두고 벌어진 서부 개발의 평행이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필자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미국 땅이었다. 한반도의 50배에 이르는 땅덩어리를 어느 한 곳도 예외 없이 바둑판 같은 도로망이 수놓고 있었다. 산이 가로막으면 터널을 뚫고 강이 가로막으면 다리를 놓았다. 이렇게 잘 정비된 도로망은 그 어떤 장애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미국인의 진취적인 프런티어 정신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한 프런티어 정신은 19세기 중반 서부개척과 함께 생겨났다.

1849년 미국 서부 해안의 샌프란시스코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것이 서부 개척을 재촉한 골드러시의 시작이었다. 서부 개척은 험난한 과정이었다. 총잡이와 카우보이, 무법자가 활개 치고 원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났다. 1869년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철도가 개통되면서 서부개척은 탄력을 받았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라스베이거스 같은 화려한 도시가 등장하고 미국은 세계 제일의 경제 강국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서부 개척과 비슷한 현상이 21세기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황량한 사막을 가로질러 서부의 금광으로 향하던 19세기 미국인처럼 오늘날 중국인은 사막과 고원을 가로질러 서부의 유전지대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인은 이러한 21세기의 서부 개발을 ‘일대일로’ 구상의 일부로 여긴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합쳐 부르는 말로, 중국과 서역의 교역로였던 실크로드를 부활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서부 지대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그러한 개발을 국경 너머 서쪽 여러 나라로 넓혀 나가겠다는 것이다.

낭만적인 옛길이던 실크로드는 이제 거대한 경제 동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동쪽에서 비단과 도자기가 건너가고 서쪽에서 유리와 각종 악기가 건너오던 길을 거대한 유조차와 화물차가 누비고 있다. 그 옛날 여행자들을 애먹이던 사막과 고원에는 석유공장과 풍력발전소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에 불과했던 투루판, 쿠얼러, 카스 등은 라스베이거스 뺨치는 대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실크로드가 재개발되면서 되살아나는 것은 이 길의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다. 그곳을 오가던 상인과 승려와 외교관들, 그곳에 점점이 흩뿌려져 문화를 창조하던 주민들,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유목민과 정착민의 부대들……. 그 모든 사람이 남긴 역사와 문화도 오롯이 되살아나고 있다.

일대일로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중국을 미국처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서부의 끝은 한도 끝도 없는 태평양이지만, 중국 서부의 끝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민족과 나라들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스탄’ 나라들과 러시아, 이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등이 일대일로에 참여해 번영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나라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실크로드 동쪽의 파트너는 중국만이 아니다. 남북한,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그 나라들과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개척한 서부와 중국의 일대일로를 잇는 연결 고리에 있다는 말이다.

한반도는 두 강대국이 개척했고 개척하고 있는 문명의 길을 하나로 연결해 더 큰 세계 문명을 열어나가는 임무를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 임무를 완수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꽉 막혀 있는 남북의 길부터 뚫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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