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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최저 임금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 김민성·백지호·오시경 기자
  • 승인 2018.09.09 06:23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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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다른 세상 이야기”
A 씨는 대학생이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로자다.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는 생계 수단이다. 한 주에 4일,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편의점에서 일한다. 그러면 시간당 급여 7,000원을 벌 수 있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됐다지만 A 씨의 이야긴 아니다. 최저임금에 관한 얘기를 에둘러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우리도 힘든데 어떻게 다 챙겨주냐’는 사장의 눈치였다. 근로계약서 얘기는, 그나마 있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잃을까 봐 꺼내 보지도 못했다. 휴게시간이나 식사시간도 따로 없다. 법은 ‘8시간 일하면 1시간 쉬라’하지만 현실에선 ‘손님 없을 때 알아서 쉬어’가 규칙이다. 오늘도 A씨는 편의점에서 7,000원짜리 한 시간을 보낸다.
“내가 살기 위해서”
B 씨는 3년 전 퇴직했다. 아이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여기저기 대출받아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게 됐다. 요즘 B 씨의 걱정은 임대료다. 처음에는 겨우 자금을 만들어 입점했지만 2년 후면 임대계약을 갱신한다. 건물주가 부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면 ‘방 빼야’한다. 최대한 수익을 내야 하지만 과도한 카드 수수료로 고객이 아무리 와도 남는 게 없다. 오히려 가게를 계속 운영할 수록 빚만 지고 있다. 그 와중에 최저임금마저 올려버린 정부. 일손이 필요해 아르바이트 2명을 고용했지만, 이제는 월급을 주기 위해 빚져야 하는 처지다. 결국 B 씨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빨간 두건을 매고 생전 해본 적 없는 시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는 ‘학생들한테 천 원 더 안 주려고 난리냐’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도 살아야겠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청년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근무환경에 만족 못 해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됐다. 이에 지난달 30일 부산참여연대 알바 권리 지원센터 주최로 최저임금 인상 후 청년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여건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는 ‘2018 부산지역 청년알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청년 아르바이트 문제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라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고 작성하지 않은 청년 아르바이트생이 여전히 많았다. 아르바이트생은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임금, 소정 근로 시간 등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 62%가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했고 심지어 절반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이유로는 ‘작성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어서’가 다수였다. 청년들이 근로계약서에 대한 인식이 낮고 그 필요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할 시 면접에서 불이익을 주는 업주들의 행동이 원인이기도 하다. 부산 청년유니온 하정은 위원장은 “2년 사이 근로계약서의 개념이 아르바이트생과 업주 사이에 널리 알려졌으나, 면접에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청년을 탈락시키는 등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휴식시간 또한 대부분 보장받지 못했다. 일일 노동시간이 4시간 이상인 응답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9%가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 중 편의점 종사자가 80.8%로 가장 높았으며, 교대가 가능한 3인 이상 근무자도 51.9%로 마찬가지였다. 유형근(일반사회교육) 교수는 “업주가 늘어난 경제적 부담을 아르바이트생의 일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상쇄하려는 심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산 청년 아르바이트의 평균 시급은 올해 7,488원으로 최저임금 7,530원에 미치지 못한다. 법정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전체 평균 20.6%로 밝혀졌으며, 특히 편의점이 46.5%로 다른 업종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심지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약 10%의 종사자는 인건비 삭감조치를 겪었다고 답했다. 삭감 조치로는 근무시간 단축이 과반을 차지했다. 업주들은 단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여러 명 고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할 시 주휴 시간이 적용돼 하루 치 일당을 휴일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주휴수당을 받지 않겠다는 합의를 통해 추가 근무하는 것을 선택한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주휴수당이 소상공인에게 부담되기 때문에 15시간 이하로 근무시간을 쪼개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우리도 을이다’

업주들도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지난달 29일 전국 소상공인 1만여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했다. 영세사업자들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다며 ‘소상공인 생존권’을 주장했다. 또한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가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보다 임대료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주장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세입자에 대한 보호 범위를 구분하고 있다. 일정액의 환산보증금을 넘으면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는 것에 제한이 없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100의 합으로 계산되는데, 최근 월세가 올라가면서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카드 의무수납제’도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되는 이유다. 카드 의무수납제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이다. 대기업은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등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세가맹점은 단체 협상권이 없어 카드사와 협상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카드 결제가 늘어남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점점 늘고 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에 이뤄지는 불공정거래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지정된 업체에서 지정된 품목을 본사의 요구로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에서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을 비싸게 사야 하거나 원하지 않는 품목을 의무적으로 사야 할 때가 있다. 폐업조차도 쉽지 않다. 위약금과 시설비 등 비용을 업주가 모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폐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소상공인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청년 알바생의 정당한 대우를 위해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개선되길 바랐다. 휴식시간 미보장으로 신고할 시, 휴식시간 내역을 직접 증명해야 하므로 신고하기 어렵다. 또한 신고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그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사업장을 점검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 수를 늘려야 한다. 현재 근로감독관의 인원은 약 1,460명이지만 사업장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상시적인 현장 점검이 어려운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내년까지 근로감독관 1,000명 증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과 업주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의무화 또는 집중화해야 한다. 많은 청년들이 근로계약서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인권이 보호되려면 근로계약서에 대한 교육은 필수다. 유형근 교수는 “만 15세부터 아르바이트가 가능한데 노동법 교육은 해당 나이대에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교육과정에 노동법을 포함시켜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소상공인들의 사업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에게는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대기업을 막기 위해 지역상권 보호법이 마련돼야 한다. 프랜차이즈 종사자에게는 동업종 간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대안과 납품되는 물건값이 적정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또한 카드 수수료가 인하돼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카드 의무 수납제를 폐지하고 단체협약을 인정해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을 통해 보호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처장은 “중소상공인들이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성·백지호·오시경 기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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