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규진 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제는 좀 잦아들었지만, 한때 가뜩이나 더운 한반도를 더 들끓게 했던 이슈가 있다. 난민 문제다. 난민은 몇 년 전부터 들어오고 있었지만 별다른 주의를 얻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한꺼번에 5백 명이 제주도에 들어왔고’‘제도의 맹점을 활용하여 일자리를 얻으려는 가짜 난민이 많아 보이며’ ‘예멘 출신의 무슬림이다’는 점에서 별안간 핫이슈가 된 것이다. 난민은 대개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한다. 정부 지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뺏고, 치안 불안을 늘리며이질적인 문화와 관습이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신화와 역사를 종합하면 유대인은 원초적 난민이라고 할 만했다. 본래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살다가 기원전 21세기경에 팔레스타인으로 갔으며, 다시 이집트로 이주했으나 이집트인들의 차별과 박해를 견디지 못해 기원전 15세기 초에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간다. 그러나 그 땅에는 이미 이민족이 살고 있었고 그들과의 치열한 투쟁 끝에 헤브루 왕국을 세우지만, 기원전 930년에 남북으로 분열한 다음 수백 년 동안 아시리아, 신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알렉산드로스 제국, 로마 등등의 강대한 제국들에게 계속해서 짓밟히는 역사를 겪는다. 그리고 기원후 70년에 로마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예루살렘이 철저히 파괴되고,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추방되어 세계 각지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유럽에서 그들은 항구적인 이방인이었다. 중세 유럽은 절반 정도의 나라에서 유대인의 합법적 거주권을 부정했으며, 이탈리아처럼 비교적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곳에서는 ‘게토’를 만들어 그곳에서만 생활하고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도록 했다. 어떤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이건 보나 마나 유대인들 짓이야’ 하고 게토를 뒤집어 놓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는 ‘유대인들이 마을 우물에 독을 풀어서 이렇다’며 유대인 남녀노소를 붙잡아 산 채로 태워 죽였다. 제1차 십자군은 ‘몸을 풀기 위해’ 유대인 거주지를 습격해 무차별 학살을 벌인 다음 팔레스타인으로 떠났다. 근대에 들어와 다소 잦아든 차별과 박해가 히틀러와 스탈린에 의해 더 악랄한 형태로 부활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남의 땅에서는 못 살겠다. 우리 유대인만의 나라를 세우자’고 해서 만들어진 나라가 이스라엘이며, 그 이스라엘은 건국과 함께 수십만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동아시아에서도 유명한 난민이 있다. 7세기에 이슬람에 의해 나라를 잃은 페르시아의 배화교도들이 동쪽으로 도망쳐,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국까지 갔다. 그들은 교리상 육식을 하지 않았기에 중국인들은 그들을 “끽채사마(채소를 먹는 악마 같은 자들)”라고 불렀다. 끽채사마들은 혐오와 몰이해를 견디며 토착 중국인들도 끌어들여 교세를 키웠는데, 점차 불교와 교리가 뒤섞이며 이름을 명교 또는 백련교라고 했다. 명교는 원나라 말기의 실정에 반발하여 농민반란의 주역이 되었으며, 그 지도자 가운데 하나가 주원장이었다. 주원장은 명교의 힘을 빌어 명나라를 세웠다고도 할 수 있지만, 즉위하자마자 명교를 ‘마교’라고 부르며 철저히 탄압했다. 그리하여 유명한 무협지의 마교 전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대에도 난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 1951년 제정된 국제난민협약에서는 난민의 정의를 “정치적 이유로 고국을 떠난 사람”으로 한정, 천재지변, 가난 등에 의한 난민은 배제했다. 유럽연합에서는 독일이 난민에 가장 적극적이었으나, 유대인 학살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한편 인구 절벽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연금제도의 파탄을 막으려는 속셈도 있다. 난민으로 나라가 장사를 하기도 한다. 터키는 그동안 중동 난민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유럽연합에서 각종 경제지원을 받았는데, 더 이상은 곤란하다고 손을 들어 버렸다. 그러자 대신한 나라가 경제난이 심각한 스페인이다.
 
대한민국은 난민을 발생시킨 원죄의 역사도 없고 난민을 대거 수용할만한 여유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난민에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낙인이 찍혀서도 곤란하다. 국가 이미지 문제도 문제지만, 받아줄 곳이 없는 난민은 결국 국제 테러집단에 들어가기 쉬운데 이들이 ‘우리를 거부한 못된 나라’로 우리를 겨누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무조건적인 난민 공포증, 또 무조건적인 인류애론, 이 모두를 지양하고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공론과 숙의를 통해 적절한 난민 대응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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