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랬듯 이번에도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이번 학기에는 문제가 있던 <총학생회칙>과 <감사시행세칙> 개정을 위해 임시 대총이 공고됐다. 그러나 진행이 지체되고, 심지어 의결된 개정안이 무효화되기도 하면서 또다시 임시 대총이 열렸다. 회칙과 세칙 개정안 기사를 쓰기 위해 마지막 임시 대총에 참석했던 필자는 30분 동안 개회를 기다렸지만, 임시 대총은 의사 정족수를 총족하지 못해 무산됐다. 개정안은 다음 학기에 의논될 것이라 했다. 결국 회칙, 세칙은 문제가 있는 그대로 남겨진 채 임시 대총은 폐회됐다.

이로써 당장 이번 여름방학에 시행될 2018 상반기 감사와 2학기 학생회비 수납 시 기존의 세칙과 회칙을 적용하게 된다. 총학생회장에게 이에 대한 문제점을 묻자, 파악하고 있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별도의 기준을 세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애초에 회칙과 세칙을 개정해 다음 학기에 바로 적용키 위해 열린 임시 대총이 아니던가. 결과도 결과지만, 필자의 찝찝함은 임시 대총의 진행 과정에서 비롯된다. 정족수 미달로 개회부터 쉽지 않았으며 개회가 되고도 제대로 배부되지 않는 회의자료, 중간중간 열린 임시 중앙운영위원회 등 우여곡절을 거쳐 겨우 회칙 개정안이 의결됐다. 회칙을 위반한 채로.

우리는 회칙에 명시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어마어마한 결과를 목격한 바 있다.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돈들이 절차를 무시한 채 뒤죽박죽 집행된 것이다. 학생들은 모두 분노했고, 총학생회를 더는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 총학생회 학생회비 횡령 사건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 나날이 줄어드는 학생회비 납부율이 이를 반증한다.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 회칙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회칙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회칙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기구다. 학생들로 구성되어있을뿐더러, 그 구성원 역시 학생들의 투표로 구성된다. 따라서 학생들의 관심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총학생회는 그 존재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그만큼 총학생회에게 학생들의 신뢰는 중요하다.

현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도가 저조했던 출마 당시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총학생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들이 진정 신뢰를 쌓고자 했다면 ‘절차’를 지키는데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총학생회가 절차 불이행으로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총학생회는 이보다 여러 복지 정책 등을 펼치며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보다 우선적인 것은 떨어진 신뢰를 쌓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기본적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더는 ‘절차적’ 실수로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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