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보고)! T(맛보고)! E(즐기자)!” 지난 5월 25일 막을 내린 2018년 부산대 축제의 슬로건이었다. 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맛보고, 어떻게 즐겼는가?”

두루 알다시피, 축제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일상의 습관과 규칙 그리고 타성을 벗어나게 하는 창조적 행위이다. 굳이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나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탈주를 꿈꾸고 억압된 감성적 욕망을 해소하려는 본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래서 축제공간은 일탈의 짜릿함을 만끽하며 자유와 해방감을 맛보고, 다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의 삶의 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이다. 

80년대 이후부터 ‘대동제’라는 형식을 대동하고 있는 대학축제는 함께 어우러져 즐기면서 집단적 일체감을 느끼고자 하는 공동체의식을 강조해 왔다. 넉넉한 터의 많은 부스는 다양한 문화적 소통을 꾀하고자 했고, 가설무대는 지치고 고된 청춘들의 내면에 숨겨진 강렬한 끼를 발산하도록 했으며, 밤마다 펼쳐진 야시장은 선후배의 취중진담 강의실로 넘쳐났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이 90년대 중반 이후 여느 대학의 공통된 축제의 클리셰가 되고 있다면, 우리는 취중진담 속에서 우리 대학축제의 자리에 대해 묻고 답해야 될 때이다. 

축제는 한 문화집단의 행위로서 삶과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소망과 기원이 담긴 문화양식이다, 다시 말해 축제가 사회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집단이 추구하는 지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말이다. 매년 5월은 대학축제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 온갖 축제들의 난장이다. 이 축제의 바다 속에서 대학축제는, 우리대학 LTE 대동제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부산대 LTE의 활력과 패기의 깃발이 타오르는 그 장소는 어디인가? 이미 불투명하고 각박한 삶의 한가운데 내던져진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대학 축제를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시대와 불화하고, 도전적이며 창조적인 유희성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일까. 

지방자치제 이후 축제와 지역정체성의 상호관련성에 대한 학술적, 실천적 담론들은 많이 축적되었다. 논자들은 한결같이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자리라는 점에 동의한다. 아울러 그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누가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변형된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번 LTE 대동제에서 부산대학교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했는가? 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축제를 기획했던 사람이나, 참여했던 사람이나, 구경했던 사람이나, 때 아닌 형광봉을 들고 안전(치안)을 담당했던 사람이나 모두 축제가 끝난 넉넉한 터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언제까지 부산대 축제는 볼 것도, 맛볼 것도, 즐길 것도 없다고 방관할 것인가. 이 방관의 시간이 부산대 100년의 역사로 기록될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면, 훗날 공백으로 남을 부산대 축제의 시간을 지금부터 채워 나가야할 때다. 축제가 끝난 지금,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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