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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지하로, 지상은 주민에게로
  • 오시경 기자
  • 승인 2018.05.27 04:04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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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부암 1동에는 철도 삼각지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3개의 철로가 삼각형 모양으로 교차해 해당 구역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마을로 들어가려면 굴다리를 이용해야 했다. 높이가 낮아 버스가 다니지 못할 정도였지만, 마을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출입구였다. 마을 주민 김귀태(76) 씨는 “굴다리가 낮고 출입구가 적어서 큰 차가 들어오려면 한참 돌아와야 한다”라며 “철도를 한쪽이라도 없애면 나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을 안에는 좁은 골목이 이어졌다. 큰길이라고 해도 전부 2차선 도로였고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이 대부분이었다. 철도 인근에 안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담벼락을 세우면서 공간이 좁아진 것이다. 그 담벼락 옆으로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있어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버거울 정도인 골목이 많았다. 철도로 인한 소음 피해가 있다는 주민도 있었다. 마을 주민 A씨는 “기차가 지나갈 때 땅이 울릴 정도로 시끄럽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부산진구 범천동도 철도에 의해 지역이 단절된 곳이다. 경부선과 가야선이 범천동을 지나가면서 두 구역으로 나눠졌다. 철도에 의해 나눠진 구역을 잇기 위해서는 철도 위를 지나는 높은 교량이 필요하다. 때문에 현재 중앙대로는 범일과선교와 연결돼 있다. 이외에도 철도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철 육교가 있는데, 과선교와 마찬가지로 높이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노인 분들이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육교를 오르던 한 주민은 다리가 아파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암 1동 철도 삼각지 마을에 설치된 굴다리
현재 중앙대로는 범일과선교가 연결돼 있다
철도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주민들이 철 육교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부산의 경우, 철도가 도심을 지나면서 지역이 단절돼있다. 이를 해결코자 지난 1일 부산발전연구원이 철도 지하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하화를 통해 도심 단절과 지역 낙후를 극복하고, 도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 부산을 갈라놓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와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철도망 구조가 비슷하나, 지역 단절 문제는 부산시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부산시에는 △경부선 △가야선 △동해선 △부전선 등 여러 철도에 의해 중첩적 단절이 발생하고 철도 주변 지역이 낙후돼있다. 철도 대부분이 지상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철도를 지하화해 지역 단절을 개선했다. 신병윤(동의대 건축학) 교수는 “철도로 인해 양쪽의 보행이 쉽지 않고 철도 주변 지역이 방치되면서 노후화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부산의 철도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 지어졌다. 당시에는 터널을 만들어 철로를 놓는 기술이 없었다. 때문에 산을 피해서 평지에 철도를 건설하다 보니 도심에 많은 철도가 지나게 됐다. 이로 인해 부산진구 부암 1동과 같이 철도가 지역을 둘러싸는 곳이 만들어지고, 여러 열차가 모이는 차량기지나 역 주변에서 지역이 단절된다. 

요새는 도심에 철도가 남아있어야 할 명분이 약해졌다. 과거에는 철도가 주요 운송을 담당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가 철도 수송체계가 변하면서 현재는 하루에 여객 46회, 화물 10회 이내로 운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총 20회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도심 발전 가능해

철도 지하화를 통해 해당 지역의 단절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상국 연구위원은 가야선 차량기지 입구부터 경부선·우암선 합류점을 거쳐 항만삼거리까지의 철도 지하화를 제안했다. 현재 비상용으로 남아있는 동해선 철도를 폐선한 다음 철거하고, 나머지 철도는 지하화를 통해 단절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외에 고가를 건설해 철도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도심 단절을 완전히 해결하진 못한다. 이상국 연구위원은 “고가를 세우면 이동은 편해질 수 있다”라며 “하지만 고가를 기점으로 개발구역이 나뉘는 등 단절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를 지하화하면 지상에는 유휴부지가 생긴다. 이곳에 도심 재생을 위한 플랫폼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경의선을 지하화하고 그 부지에 공원을 만든 사례가 있다. 해당 지역은 과거에 선로 상태도 좋지 않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지만, 지하화 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자훈(한양대 도시공학) 교수는 “지하화한 후 확보한 유휴부지를 활용해 해당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예산 문제가 지적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거론된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란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전국의 낙후된 지역 개선에 예산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철도 지하화가 철로변의 노후된 주거지를 정비하고 도심을 개발하는 데 있어 그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광역시청에 철도 지하화와 관련된 담당 부서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관련 담당 부서가 없어 철도 지하화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국 연구위원은 “철도 지하화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지역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오시경 기자  sunlight11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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