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 정치는 미디어 정치다. 언론은 주요 정치 현안과 이슈를 선정하여 관련 정보를 공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정치 현실을 규정한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자기들이 내세우는 주장 또는 정책을 전달하기 위해 언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항상 고민한다. 일반 공중이 인식하는 정치적 현실은 언론이 간접적으로 매개하는 정치 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정치 제도의 운영은 대의적 민주주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은 공중 다수의 의견, 즉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공론장(public forum)을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정치 정보의 제공자이자 정치 현실의 규정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선거 캠페인 공간에서 정치의 미디어화는 극대화된다. 유권자들은 언론의 선거 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 정보와 이미지를 습득하며, 이는 최종적으로 정치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60년 미국 제35대 대통령 선거에서 최초로 진행된 닉슨과 케네디 간의 1차 TV토론이 전환점이었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었던 닉슨은 TV 화면을 통해 참신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선보인 케네디에게 덜미를 잡혔고, 결국 젊은 케네디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다. 정치인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중요한 상수가 되는,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정치의 등장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미디어 선거가 도입되었고 지난 30년 동안 그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물론 미디어 선거가 유권자들에게 정치 정보를 신속하고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 아래 중요한 정치적 주체인 정당의 역할이 약화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공직 후보자 개개인의 호감도와 이미지가 정당의 정책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선거 보도를 살펴보면, 지난 30년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지만 유권자들의 호기심과 흥미에 영합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공직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한 심층 보도를 하기보다는 누가 이기고 있는지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마식 보도 저널리즘’이 그것이다. 현재 지방선거에 대한 지역 언론 보도 역시 정책 검증보다는 격전지에서 누가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선거보도 모니터 보고서에 의하면 여전히 정당 간, 후보자 간 공방과 상호 고발 등 갈등과 흥미 위주의 선거 양상을 주로 보도하고 있으며, 심층적인 정책 점검 보도 등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람직한 선거 보도를 위해서는 첫째,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의제 보도의 비중을 줄이고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의제 발굴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단순히 선거 캠프의 정책을 소개하거나 후보자의 인기 또는 일정 위주 보도는 과감히 축소하고, 정책 검증 보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지난 30년의 지방 자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가오는 6·13 선거는 향후 지방 분권의 과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지역 정치 세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방 자치와 분권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담당할 정치 세력은 당연히 유권자들이 결정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현란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언론의 선거 보도에 의해 덧씌워진 후보자들의 민낯을 유권자들이 가려낼 수 있는 현명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젊은 세대의 투표 성향을 보면 정치적 격변의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 기간에는 투표율이 매우 높게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 선거 동안 20대 젊은 층의 무관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치 뉴스의 편향성이 높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는 보다 책임감 있는 정치 뉴스 이용을 당부하고 싶다. 선거 보도의 다양한 뉴스 내용을 교차 확인하여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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