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10여 년 전부터 상대평가제도를 시행하여 왔다. 상대평가제도에 의해 20명 이상 수강하는 전공과목의 경우 A 학점을 30% 이상 부여하지 못하며, 30% 이상은 C 학점 이하를 부여해야 한다. 

상대평가제도는 어떤 폐해가 있는가?상대평가제도는 학생들의 도전 정신과 상생(相生) 정신을 말살시킨다. 학생들은 어렵고 과제가 많은 과목이더라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과목이라면 수강하여 개인의 학문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평가제도는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도모하기는커녕 좋은 학점을 받으려고 저학년 수업을 골라 듣도록 조장한다. 또한 학생들로 하여금 상생을 통해 화합을 이루기보다는 다른 학생들을 경쟁의 상대로 보게 한다.  

교수들도 학기 말이 되면 30퍼센트의 C 학점을 찾기 위해 학생들의 답안지나 리포트에서 창의적인 내용을 찾아내기보다는 학생들의 약점을 찾고 있다. 이것은 교수들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학은 상대평가제도로 인해 협력과 상생의 장보다는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어 황폐화되어가고 있다. 

노동시간이 생산성과 비례하던 산업사회에서는 단기간에 많은 실적을 내기 위해 경쟁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경쟁보다는 창의성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실적과 비교해서 평가받는 상대평가제도에서는 창의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창의성은 다른 사람의 업적과 비교되는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 자율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는 협력, 창의, 자율이 핵심 키워드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그동안 해 오던 상대평가제도를 절대평가제도로 대체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Adobe Systems),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대평가제도는 변화하는 세계의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 대학은 평가 목적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한 차별적 보상에서 개개인의 역량 개발로 바꾸어야 할 때이다. 학점을 등급별로 강제 할당할 것이 아니라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공정한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학 교육의 목표를 경쟁을 통한 개인 업적 추구에서 협력을 통한 집단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과의 비교가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설정한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건전한 성장과 상생의 정신 함양을 가로막고 있는 상대평가제도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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