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전 필자는 부산 문화정책들을 기사 혹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을 위한 문화공간은 우리 학교 부근에도 지어졌고, 부산 원도심 근대유적을 개발하는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대학가 활성화와 청년 활동 지원’, ‘근대문화자원 발굴’ 등 나름대로 취지도 좋았다. 이렇게 잠깐 살펴본 정책은 취지도 내용도 딱히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만난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산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묻자 취재원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공통된 말이 있었다. “문화예술인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부산시 문화 정책의 방향성을 꼬집은 것이다. 부산시가 ‘문화가 융성하는 부산’을 외치며 내놓은 정책들은 지역 문화예술인에게 외면 받고 있었다. 지역 문화예술인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필자는 취재원들의 얘기를 듣고 다시 부산의 문화정책을 살펴보았다. 청년 창조발전소, 근대 문화 공간 조성 등 도시재생 사업과 같은 산업적 측면과 공간조성사업이 확연히 두드러졌다. 이 같은 사업은 ‘단기적’ 성과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성과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떤 사업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고, 시행 후 성과가 드러나는 정책 집행의 구조에서 ‘눈에 보이는 효과’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중요하다. 수치화된 결과로 성과를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건물이 설립되고, 비교적 낙후된 도시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효과적이다. 결국 이 같은 정책들은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고려하기보다 집행자의 성과나 이익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은 소외된 정책들이었다.

이러한 부산시의 태도는 일련의 부정한 문화 행정 사례에서 보다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질책을 받았던 부산국제영화제 파행과 부산문화재단,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등 주요문화기관 인사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저버렸고,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측근 인사를 조직의 수장에 앉혔다. 집행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문화 행정을 주도한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행태들은 문화를 문화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모든 시민은 문화를 향유할 권리인 문화권을 지닌다. 이는 <문화기본법> 제4조에 명시돼있다. 그러나 부산에서 시민을 위한 문화정책은 없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문화 향유를 방해하기도 했다. 진정 문화가 융성하는 부산을 만들고자 한다면 정책의 수혜자인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의 입장이 우선돼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더 이상 문화정책에 이해관계가 작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가들을 위한 문화 행정이 이뤄질 때 비로소 부산은 문화도시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앞으로 맞을 부산의 문화 행정이 지금과는 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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