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에 각 대학 커뮤니티의 여성혐오·성희롱 발언을 스크랩해 게시하는 페이지가 개설됐다.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우리 학교도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해당 페이지의 관리자는 스크랩한 여성 차별적인 발언을 여과 없이 게시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을 ‘미러링’ 전략이라고 부른다. 미러링 전략은 무엇이며, 페이지 관리자는 어떠한 이유로 이를 개설하게 된 것일까?

여러 대학에서 개설돼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연세대 남자들의 사상과 가치관’이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다. 이 페이지는 학생들의 제보를 받거나,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각종 혐오·성희롱 발언을 수집, 선별해 고발한다. 개설된 지 25일밖에 되지 않은 이 페이지의 팔로워는 3천명을 넘겼다. 해당 페이지가 인기를 얻자 다른 대학에서도 소속 대학의 이름을 건 페이지가 생겨나기 시작됐다.  

새로운 내부 고발 운동

페이지 관리자는 각 대학의 커뮤니티에 게시된 여성혐오·성희롱 글을 스크랩해 해당 페이지에 게시한다. 이것은 일종의 큐레이팅 서비스 형태이다. 큐레이팅이란 정보를 수집·종합하여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내해주는 활동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여성혐오 글을 공유·풍자하는 것이 ‘미투’ 운동의 연장선인 또 다른 내부고발 운동이라 말한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이전엔 여성혐오와 성희롱 발언을 일간베스트 이용자와 같은 일부 남성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라며 “페이지를 보면 남학생들이 여성혐오·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해당 페이지가 ‘미러링’ 전략을 사용한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의 여성혐오·차별적 발언에 대응하기 위해 비꼬아 풍자하는 전략을 ‘미러링’이라고 부른다. 페이지 관리자가 여성혐오·성희롱 글을 스크랩해 게시함으로써 기록하고 보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에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들이 여성차별·성희롱 발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는 증거가 된다”라며 “페이지의 게시글을 보고 페미니즘에 더욱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이 평소에 했던 여성차별 발언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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