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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를 즐겁고 유쾌하게! '노동예술지원센터 흥'
  • 추예은 기자
  • 승인 2018.03.18 07:01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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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엄숙하고 비장한 노동자들의 집회가 축제처럼 즐거울 수 있을까. 이를 꿈꾸는 우리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모였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은 노동자들의 노동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들의 일터를 예술로 가득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지역 ‘흥’부자들이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떠한 곳인지 들여다봤다.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은 어떤 단체인가요?

이광혁 집행위원장(이하 이광혁): 저와 이준호 사무국장은 ‘스카웨이커스’, 최동환 기획국장은 ‘더 브록스’라는 인디밴드로 활동하며 노동자 집회 현장에서 자주 공연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회문화를 고민하게 됐어요. 시대가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집회문화는 70·80년대 방식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세미나를 열어 집회 문화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어요. 당시 결론은 ‘노동자들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집회문화도 변하지 않는다’ 였어요. 이에 마음 맞는 청년예술가들이 모여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을 구성했죠. 즉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예술작품을 노동자와 함께 만드는 단체예요.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을 만든 이유가 집회문화에 대한 고민 때문인 건가요?

최동환 기획국장(이하 최동환):‘기존의 비장하고 엄숙한 집회문화가 과연 사람들에게 의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어요. 다채로운 방식으로 집회를 하면 훨씬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집회가 고착화됐던 원인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향유하고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에요. 노동자들이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돕는다면, 집회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이 단체를 만들게 됐어요. 

△주요 사업으로‘노동요 프로젝트’와 ‘다홍치마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각각 어떤 사업인가요?

최동환: 먼저 ‘노동요 프로젝트’란 노동자가 예술가와 함께 문화예술컨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예요. △일터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일터드로잉’△노동자 밴드가 작사·작곡해 음원을 발매하는 ‘피스 메이커스’ △돌봄 노동자가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여는 ‘돌봄 나를 돌아봄’ △청년노동자가 청년문제를 영상으로 담는 ‘아프니까 tv’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차별의 한을 춤으로 푸는 ‘댄싱맘 프로젝트’가 해당하죠. 

‘다홍치마 프로젝트’는 노동집회시위 기획지원사업인데요. 노동자와 시민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시위문화를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면, 노동자 시위행진을 70·80 고고장이나 바캉스 퍼레이드 컨셉으로 기획하죠. 이처럼 노동자가 직접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것이 노동문화이고, 이는 곧 집회문화로의 발판이 돼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광혁: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무여건이 열악해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계층에 속한 분들이 많아요. 또한 우리와 같은 예술가들도 비정규직 노동자고, 마찬가지로 열악하죠.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는 길은 곧 예술가의 처우를 개선하는 길이기도 해요. 예술가들이 예술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비정규직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과거에도 노동과 예술을 연대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개개인의 노력으로만 이뤄내려고 했기 때문이죠. 이를 보완해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은 단체로서 노동과 예술이 연대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고자 해요. 우리 후배들도 노동과 예술의 연대가 무너지지 않고 노동계로부터 지원을 받도록 구조를 마련하려는 것이죠. 노동계와 문화예술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몫이에요. 이것이 현시대의 예술가들이 해야 하는 사회참여운동이라 생각해요.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예산 지원 신청도 할 생각이에요. 노동문화도 엄연히 문화인데 왜 정부가 아닌 사회단체가 지원을 해주냐는 거죠. 어렵겠지만 계속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노동과 예술의 연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요?

이광혁: 저희 이름에 ‘지원’이라는 말이 들어가서인지, 노동자분들이 협업보다는 일방적으로 지원받기만을 바라시는 경우가 많아요. 합당한 보수도 없이 재능기부의 형태로 봉사하기를 원하시기도 해요. 또 저희와 작업한 후에 먼저 나서서 후원을 해주는 일도 드물죠. 이러한 점이 사실 어려워요. 노동과 예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이준호 사무국장(이하 이준호): 노동자들이 저희와 함께 작업한 이후에도 스스로 그들만의 문화를 잘 만들지 못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예술가가 노동자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문화예술컨텐츠에 노동자들의 필요와 이야기를 조금 더 절실하게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주도적으로 노동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고민이 부재하기도 하고요. 올해 그런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은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최동환: 저희는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와 같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또한 자신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이준호: 단순히 예술가들만의 처우 개선과 지원을 말하기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전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변화를 희망해요.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예술가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인 거죠.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노동자들이 우리와의 작업 후, 일터에서 자생적으로 노동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노동계가 의제와 그 전달방식을 고민하며 노동문화를 곳곳에서 형성하기를 바라요.

추예은 기자  miin203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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