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이 일상이 되었다. 이른바 혼족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고립되어 있으며, 관계 맺는 것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와 거부감이 반영된 것이리라. 강의실이라고 이러한 사회현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강의실은 교수와 학생이 직접 대면하면서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인간적이고 학문적인 관계 맺음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근래에는‘지식’과‘학점’만 오가는 무미건조한 사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학생들은 무기력하고 우울하며 파편화되어 있고, 학생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면서 교수도‘삶 전체로’소통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물론 무미건조하게 섬처럼 살 수는 있지만, 그런 고립감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관계 맺음을 하는 것이 좋을까? 섬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좋은가?기회만 되면 갑질을 일삼거나 권력 관계를 악용해도 좋은가?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느 시대든 중요한 문제였다. 유학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인(仁)을 제시하였다. 인이란 사람 사이의 바람직하고 건강한 관계 맺음이며, 사람다운 사람이란 뜻도 된다. 사람다움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신 관계에서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내가 나다운 사람으로 자기 자리에서 제값을 제대로 할 때야 비로소 너와 건강한 관계 맺음이 가능하고,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공자는 “더불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 그와 말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잃게 된다.(子曰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고 하였다. 서로 삶과 학문적 앎을 말할만한 사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둘러볼 일이다. 

새 학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봄이다. 나무와 바람과 햇살처럼 관계 맺음을 새롭게 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따로 또 같이’가 좋겠다!나무는 나무답게 봄 햇살을 맞이하고 봄 햇살은 차별하지 않고 뭇 생명에게 따사로우며 그사이를 봄바람이 가르듯이, 나는 나답게 너와 관계 맺고 너는 너답게 나와 관계 맺어야 할 것이다.‘다움’의 관계는 서로 직위와 처지가 다르지만 인권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나다움과 자존감을 잃지 않고 홀로 잘 서 있을 수 있어야 상대방과도 건강한 관계 맺음이 가능하다. 내가 너의 자리에 있다거나 네가 나의 자리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나 같은 너나 너 같은 나여서도 안 된다. 

앞으로 우리는 인간뿐만 아니라 기계 혹은 AI와도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물어야 할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기 삶의 중심을 잘 잡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야만, 너와도 건강한 관계 맺음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공유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다운 삶을 경험하고 만들어감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인재를 길러내는 살아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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