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2월 13일에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한다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을 2월 말까지 이뤄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2월 18일에는 배리 앵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해 정부의 지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급기야 한국GM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의 시금석이 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New GM’으로 환골탈태하는 구조조정을 취한 이후에 GM은 ‘글로벌’ 사업구조조정을 진행하여, 지역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거대시장에 집중하고 제품면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의 사업은 접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2013년 이후 GM은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인도, 남아공 사업장에서 이미 철수 하였으며, 유럽에서는 쉐보레 브랜드 사업을 철수하고 오펠 브랜드를 매각했다. 특히 12년 동안 호주 정부로부터 1조 7천억 원의 지원을 받았던 GM은 지원금이 끊기자 2013년 12월에 홀덴 완성차 제조 공장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 10월에 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한국GM의 경우, 2013년 이후 매출액은 (2015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단기순익 적자의 누적 금액이 약 3조 원에 달한다. 한국GM의 매출액은 수출에서 72%~86% 정도 창출되는데, 2013년 이후 한국GM의 매출액 감소는 GM이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 등을 철수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군산공장은 최근 3년 간 가동률이 20% 정도로 사실 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인데, GM의 지분 처분에 대한 산업은행의 거부권이 2017년 10월에 종료됨에 따라, GM은 한국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GM의 해외 공장 폐쇄나 매각 사례들은 한국에서 GM의 철수 여부가 정부의 지원과 무관하게 결국 GM의 사업전략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특혜성 지원이나 대출로 GM을 붙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GM에 지원할 재정과 금융을 지역경제와 실업 대책에 투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데 GM이 호주에서 철수를 선언한 이후에도 4년이 지나 공장을 폐쇄했듯이, 국내 철수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GM 공장의 생산량이 호주 공장의 5배 수준이며 국내 공장 매각은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M이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면, 실업과 지역경제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더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당시 2,400명이 해고될 때 평택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지원한 금액은 1,109억 원이었으므로, 11,000명에 달하는 한국GM 노동자와 93,000명에 달하는 1차 전속 하청업체 종사자를 고려할 때 정부는 충분한 재정 지원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기회와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려운 현재의 경제구조에서는, 정부의 실업 및 지역경제 대책은 단기적인 효과만 낼 수 있다. 돈이 될 만한 중간재 사업은 재벌들이 내부거래로 독식하고, 혹 사업 기회가 있더라도 기술탈취와 단가 후려치기가 만연한 상태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 도전할 사업기회도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실업과 지역경제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혁신의 기회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중견 기업 중심으로의 산업 진화가 가능한 환경을 신속히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불가결하다. 단기적인 실업이나 기업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해, 오히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도 못 막게 되었던 실패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GM 사태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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