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초등학생 때 방과 후 수업을 많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방과 후 수업을 꼽으라고 한다면 뮤지컬수업이다. 학교 수업 때 배우는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노래, 춤, 연기 등 매번 흥미롭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래서 뮤지컬 수업하는 날만 기다렸던 것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예술강사지원사업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예술강사에 대한 생각은 여기에 그쳤을 것이다.

예술강사들이 수업을 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곳을 출강하는 경우가 많아 각각의 교재를 모두 공부해야 하고, 전공 외의 분야를 교육할 때는 개인적으로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수업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공예 분야의 경우 수업을 듣는 사람은 잘 잘려서 준비된 종이를 받아 만들지만 이를 위해 예술강사는 종이를 크기에 맞게 자르고 재료를 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예술강사들의 이러한 노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런 수업준비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강사지원사업이 예술 활동을 하는 전문가들이 교육현장에 들어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예술강사들은 예술 활동과 교육 활동을 병행한다. 하지만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많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예술강사가 교육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이들은 한 달에 평균 100여만 원을 받는다.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예술 활동 △수업 △수업준비를 병행하는 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바라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단기계약, 초단시간 근로 때문에 각종 노동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들이 예술강사에게는 당연하지 못했다. 엄연히 우리나라의 국민이고,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 사업의 주체들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지역문화재단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처우 개선을 주장해도 이를 받아들일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 아니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예술강사들의 고통이라는 결과가 있다면 분명 그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인으로 짐작되는 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예술강사지원사업의 주무 기관인 문화관광체육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오히려 예술강사의 처우를 열악하게 만들려고 했다. △반복참여 제한 △학교선택제한 △재심사제도 등 예술강사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제도로 큰 반발을 산 것이다. 결국 올 초 전국의 많은 예술강사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쯤 되니 예술강사지원사업인지 예술강사죽이기사업인지 헷갈릴 정도다.

교육부에서 시행한 학교예술교육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예술교육을 받은 이들의 사업 만족도는 90%대로 높은 편이다. 필자 역시 그중 한 명이다. 하지만 예술강사는 웃지 못했다. “시급이 오르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고용불안만 해소됐으면 좋겠다”. 한 취재원이 한 말이다. 이들은 그저 안정적인 환경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기를 바란다.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되고 있는 이들이 처우 개선을 외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예술교육을 받는 이도, 예술강사도 모두 웃을 수 있도록 이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