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본부가 신임교원 승진 및 재계약 요건 규정 강화를 제안했다. 교수들은 이에 우려를 표했다.

대학본부는 교수들의 학문 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신임교원의 승진, 재계약 요건 중 연구 실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도록 제안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공고를 통해 과거 2006년 대폭 강화된 임용심사규정이 10년 이상 변동 없이 유지됐으며, 거점 국립대학을 포함한 다른 대학과 비교해 기준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9월 고용된 신임교원들의 계약서에는 강화된 기준이 명시돼 있었고, 신임교원들은 이에 서명한 상황이다. 대학본부는 의견 수렴을 통해 이를 규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학과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 절차가 미흡했던 점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요건 기준이 학문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단과대학, 학과별로 SCI급 논문 작성에 있어 작성 시간이나 개수에서 차이가 있으나,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 신임교원은 “공과대학 내 재료, 화학공학은 논문 작성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데 반해, 컴퓨터공학이나 기계공학은 논문 작성이 더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유인권(물리학) 교수는 “이제까지 시행해온 요건은 학과별 학문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에 학과별로 나름의 최소기준을 정립한다는 취지였다”라며 “학과별 자체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지금, 시간이 지나 변동이 없었다는 것은 강화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구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교수의 역할로 △연구 △교육 △봉사가 있으나, 기준을 강화하면 연구 외의 부문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화 방안이 적용되는 B 신임교수는 “승진과 재계약에 영향을 줄 연구 분야에 더 치중할 수가 있다”며 “연구자의 자율성도 훼손돼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도 있다”라고 전했다. A 신임교수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시기에 강화된 연구 실적 기준과 학부 교육까지 소화해야 해 부담을 느낀다”라며 “현재 기준을 적용하려면 강의 부담을 줄이거나 연구 정착금, 연구실 제공 등의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절차에 대해 아쉬움도 있었다. 9월 신규 채용된 교원에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먼저 학내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A 신임교수는 “미리 공지 받지 못해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야 해당 사항을 확인했다”라며 “학내구성원의 의견 수렴이 우선돼야 했지만, 순서가 뒤바뀐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본부는 학과별 특성을 세분화해서 승진 및 재계약 요건을 규정으로 마련하려 하고 있다. 학장, 부학장급 교수들과 TF팀을 꾸려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취합해 개정안을 규정으로 제정할 예정이다. 이동훈(심리학) 교수는 “교수의 기본 역할과 연구가 균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학문의 자율성이 보호되도록 규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라며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대 효과가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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