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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경(국어국문학 15)

우유가 익었어.
머그잔을 보드랍게 덮은 하얀 막
애인은 이불을 덮고 막 잠이 들었어.

꼬깃꼬깃 접힌 우유 한 조각
살금, 베어 문다.

우리는 내내 갇혀있고,
그래서 더 이상 내일을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하얗게 질린 우유는 어차피
어제도 내일도 하얗게 질려있을 것이다.

너는 종이를 예쁘게 접는 법을 아니?
나는 몇 번이고 다가올 종이로 사랑을 접었으나
내 손에 남은 건 하얗게 질린 날들 뿐이었어.

언제나 애인의 이름은 가볍게 미끄러진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얀 얼굴로 우유를 베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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