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대문학상 소설부문 응모작은 12편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군에 작가가 포함될 수 있는가 아닌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와중에 12편의 응모작은 참으로 귀한 우물이었다. 대체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인간의 정서나 감성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등장 앞에 ‘소설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진부하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문장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는 자기와 사투를 벌이며 자기를 확인하는 일이다. 응모작들을 읽어 나가는 일은 그 고통스러운 희열에 기꺼이 동참하는 시간이었다.

올해 응모작들의 면면을 보니 대체로 주변적인 일상을 다룬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학생활, 취업, 쉐어하우스, 길냥이, 가족 등등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가 강했다, ‘헬조선’, ‘N포 세대’ 등등으로 회자되는 작금의 ‘짠내 나는’ 청년세대들의 자화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응모작들은 광포한 세상에 내던져진 나의, 너의, 우리들의 이야기들에 다가가고 있었다. 소설적 풍경으로 드러나는 지금, 청춘의 시간은 아프고 고달팠다. 소설은 이 고달픔을 통과하는 터널이 될 수 있을까? 응모작을 읽어나가는 일은, 굳이 아픈 장소의 한 가운데로 낮고 더딘 발자국을 내며 광폭의 시간과 마주하고자 하는 용기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소설의 자리가 여기가 아닌가.

본선에 오른 작품은 <고양이 반상회>, <왕화, 그녀>, <선희>, <탈출>, <우리는 남이다> 5편이었다. <고양이 반상회>는 사람과 고양이의 시선을 바꾸어 오밀조밀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나, 오히려 오밀조밀함이 과해 작의성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것이 아쉬웠다. <왕화, 그녀>는 결혼이주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매끄럽게 풀어내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가장 문제적으로 지적된 것은, 주인공 왕화가 소설적 인물이 되기에는 너무나 평이하고, 이러한 인물 형상화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선희>는 학내 성폭력이라는 시의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주제를 전달하고 있었다. 단편적인 일기형식을 이어가는 연결력도 흥미로웠고, 문제의식도 분명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메시지가 선명하게 대두되면서 초반부의 기대감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이 단점이었다. 반면 <탈출>은 읽는 이의 호기심을 유발하며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도록 하는, 소설 작법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이 후반부로 갈수록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은, 독백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독백을 하는듯한 효과는 자기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선희>와 <탈출>은 소설의 기본기를 갖추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남이다>는 구성적인 면에서 독특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시간적 교차, 화자의 교차를 세련되게 구성해 나가는 능력이 뛰어났다. 나름 취약성의 연대를 연상하게 하는 주제의식도 과하지 않았다. 다만, 사실성을 위해 설정한 몇 군데의 지나친 상세한 설명의 과정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다. 결말부분이 다소 성급한 면이 노출되었다. 그럼에도 주제를 형상화하는 상징성이 뛰어나고 내용을 엮어가는 과정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오랜 숙고와 논의 끝에 <선희>와 <탈출>을 공동 가작으로, <우리가 남이다>를 당선작으로 최종 결정했다. 선정된 이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이번 수상이 부디 좋은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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