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샘로 개통 외면하는 부산대학교를 강력히 규탄한다’ 산성터널접속도로, 즉 금샘로 조기개통추진위원회가 내건 이 현수막을 봤을 때, 사실 난감했다. 우리 학교와 금정구 주민 사이의 갈등이 가시화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평생 금정구에서 살아온 주민이면서 동시에 부산대학교 졸업생이었기에 양측의 입장이 모두 와 닿아 생각에 잠겨있던 차였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금샘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금정구는 교통량에 비해 이용 가능한 도로가 제한돼있어 항상 혼잡하다. 금정구에서 빠져나가 만덕터널을 거쳐야 할 땐 한숨이 나올 정도다. 때문에 중앙대로로의 집중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금샘로의 존재가 목말랐다. 게다가 40년이 넘도록 고대해왔던 ‘계획’이었기에 갈증은 더하다. 이게 우리 학교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 하니, 누군들 반기겠나.

그런데 이상하다 싶었다. 이게 왜 ‘부산대학교’와 ‘금정구 주민’ 간의 갈등이 됐나? 계획도, 시행도, 또 결정도 모두 부산시와 금정구가 하는데 말이다. 애당초 이런 갈등을 ‘지금’ 겪어야 하는 것도 시와 구의 책임이다. 처음 금샘로를 만들고자 했던 게 1974년이다. 20년이 지나서야 첫 삽을 펐고, 또 20년이 지나서야 2.7km를 완성했다. 그러곤 이제 와 20년 전의 계획을 따르라며 큰소리다. 고작 4km 남짓의 도로 조성을 지지부진하게 끌어와 놓고 말이다. 그동안 캠퍼스는 크게 변했고, 주민들은 내내 교통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랬던 행정 당국이 싸움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일삼으며 도리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선 지역구 의원까지 이 무책임한 관망자 집단에 합세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운운하기도 했다. 도대체 상생의 뜻이나 아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강릉원주대에는 캠퍼스를 관통하는 도로가 30년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탓에 캠퍼스는 두 동강 나 있었고, 2천여 명이 넘는 기숙사생이 도로 하부의 좁은 굴다리를 드나들며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있었다. 학교 측은 강릉시에 ‘도로 폐쇄’와 ‘우회도로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주민 민원’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도로 철거가 결정됐다. 덕분에 대학 측은 학생들의 안전과 함께 여러 강의시설, 복지시설을 건설할 부지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캠퍼스 내 도로를 전면 개방했고, 시는 인근 도로 확장과 회전 교차로 설치를 통해 이를 도왔다. 이는 시와 대학, 주민들이 서로 양보했기에 가능했고, 덕분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게 진짜 상생이다.

공사가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학내 구성원들의 환경권이나 학습권, 나아가 생명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완공 이후에도 지하도로의 매연과 소음이 학내 구성원들을 평생 괴롭힐 거라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시간이 흘러 환경이 변했으니 이를 고려해 달라’는 우리 학교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럼에도 이를 묵살하고 ‘시간’과 ‘예산’을 핑계 삼는 구시대적 개발 논리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상생보다는 일방적인 희생 강요에 가깝다. 유신 체제 때 계획이 세워졌다 한들, 시행 방식마저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기적인 주장을 펼치는 게 정녕 누구인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