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도헌 교수팀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가상 인체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동물 실험 대신 컴퓨터를 이용해 약물의 효능을 예측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연구팀은 바이오·의약 분야의 논문과 생체회로 데이터베이스 등 2,600만 여 개의 국제적 빅테이터를 활용했다. 가상 인체 모델은 기존의 유전자와 같은 분자 수준의 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를 넘어, 인체 내 조직과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작용부터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 △약물의 작용 기전 △약물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 △예측되는 부작용까지도 확인할 수 있게 설계됐다.

사실 동물 실험을 줄이고, 대체하는 방법으로 실험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전세계 화장품과 제약 등 수많은 기업과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실험 데이터를 공유해도 같은 실험으로 동물을 희생시키는 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경쟁이라는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유럽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1개 물질, 1개 등록’ 원칙을 통해 반복적인 동물 실험을 막고 기업들의 실험 자료 공유를 법제화 하고 있다. 또 기업 간의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식적인 중재 절차도 마련했다. 또 ‘궁극적으로 동물시험을 대체하는 안전평가(SEURAT-1)’ 프로젝트와 ‘유럽-톡스리스트(ToxRis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국 정부를 중심으로 실험 동물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예측력이 높은 안전 연구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해 인조 피부, 인조 장기 등도 동물 실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최태현(서울대 의학) 교수팀이 실험용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피부의 표피, 진피, 혈관 등 인체 피부와 비슷하게 각 층마다 해당 세포를 배양해 만든 것. 피부 반응 실험에서 실제 피부 반응을 대체하는 역할이다. 연구팀은 피부 염증을 유도한 후 약을 투여 후 일어나는 세포 내 변화와 부종 등도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실험관 연구와 달리 피부 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직은 개발 초기단계지만 향후 5년 내에는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실 동물 실험은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위다. 인간에게 안전한 지 확인하기 위해,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동물을 케이지에 가두고 그들에게 병을 심고, 약물을 투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행한 인체 실험은 잔인했다. 역지사지해보면 명료하다. 인간에게 끔찍했던 건 동물에게도 끔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이 70년 간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다. 

동물 실험 뿐 아니다. 우리는 이기심을 매일 경험하며 산다. 엄마가 힘들 걸 알면서도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할 때, 우린 차린 밥만 먹고 또 홀랑 TV를 본다. 만원 버스 문이 열리면 내가 늦을까봐 눈을 질끈 감고 사람을 민다. 시험기간, 당장 쓰지 않더라도 도서관에 자리부터 맡아두고 책을 쌓아둔다. ‘다들 그러는데’,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찝찝하다. 

찝찝함은 좋다. 내가 한 행동이 사실은 이기적이라는 걸 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찝찝함이 쌓이면 우리는 그 행동을 멈춘다. 동물실험을 대체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공감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나를 위해 애꿎은 동물이 실험당하고 죽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동안 찝찝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 실험처럼 70년이나 찝찝함을 쌓아둘 필요는 없다. 찝찝한 마음이 들면 일단 그 행동을 멈추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생각 해 보자. 외면하고 반복할수록 이기적인 내 모습에 스스로에 대한 미움만 커진다. 하지만 그 순간 멈추고 하지 않으면 당장은 불편해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커진다. 

 

이화영
과학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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