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입시 경쟁’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논할 때 매번 나오는 낱말들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몇몇 사람들은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공고한 대학 서열 체제를 뒤흔드는 시도였다. 과감함은 거부감을 일으켰다.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으로 논란만 될 뿐, 정작 정말 실효성이 있는 제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논되지 않았다. <부대신문>은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그동안 어떻게 논의됐으며, 실현 가능한지 학벌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사회자 : 김 교수님은 서울대학교의 자원이 흩어진다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박 교수님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면 그럴 일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일각에서는 국공립대학들이 통합한다면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이하 연고대)를 중심으로 대학 서열이 재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두 분은 이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미리내 교수 : 그것은 반대를 위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국공립대학들은 서울 지역 사립대학에 비해 입시 선호도가 낮고 재정이 부실합니다. 허나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시행돼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 국공립대학이 연고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한 국공립대학은 사립대학보다 등록금이 저렴해 학생들은 더욱 사립대학을 갈 이유를 못 느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연고대 중심의 대학 서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효원 교수 :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연고대와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을지에 의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고대의 학벌은 공고합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시행되면 국공립대학의 하향 평준화로 더욱 연고대의 학벌이 굳건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아무리 등록금이 비싸도 연고대로 들어가려고 할 것입니다. 또한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지역 강소 대학들이 피해를 받을 우려도 있습니다. 

사회자 : 네트워크로 지역 강소 대학들이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말은 어떤 이야기죠? 

김효원 교수 :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포함되지 못한 지방 강소 대학들은 재정지원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으며 또 다른 대학 서열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것 같은데요. 박 교수님 말씀하시죠.

박미리내 교수 : 초반에는 그러한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일차적으로는 거점국립대학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점차 지역 강소 국립대학들까지 포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강소 사립대학의 경우 정부가 책임지는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만들면 됩니다. 네트워크에 포함하고자 하는 사립대학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 서열도 없어지고 그에 따른 피해자도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자 : 단계적으로 모든 국공립대학을 네트워크에 포함시키고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사립대학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박미리내 교수 : 네 그렇습니다. 
  
사회자 :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모델이 프랑스 파리의 종합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연합주립대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의 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했을 때 적합하냐는 데에 이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해주시죠. 

김효원 교수 : 프랑스의 대학 체제가 평준화됐다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일반고등교육기관과 그랑제콜이라고 불리는 엘리트교육기관으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모델이 신입생을 공동 선발한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지원서를 제출하는 곳을 통합했을 뿐입니다. 각 대학이 자체 기준으로 선발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각 모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박미리내 교수 : 해외의 모델을 무작정 차용하는 게 아닙니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모델이 국공립대학 중심의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본받아야 합니다. 사립대학이 80%나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국가의 고등교육 부담이 적습니다. 그래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통해 국가의 고등교육 지원을 늘리고자 합니다.  
  
사회자 : 모델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고등교육 정책 기조를 본받아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네 번째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다음은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우리 학교는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박미리내 교수 : 부산대학교가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포함이 된다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로 부산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고 부산대학교로 들어갈 것입니다. 이로써 대학의 발전과 부산광역시의 발전도 함께 도모할 수 있게 됩니다.    

김효원 교수 : 일단 제가 앞서 말한 것처럼 국공립대 네트워크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이에 논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아닌 정부가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각 대학의 특성을 살려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학벌주의가 타파될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해주시죠. 

박미리내 교수 : 국공립대 네트워크만으로 학벌주의를 완전히 타파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여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학벌주의는 수도권 대학과 사립대학 중심의 대학 서열화로 생기는 문제입니다. 때문에 네트워크로 지역 대학의 지원과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학벌주의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김효원 교수 : 방금 말했다시피 저도 지역 대학을 육성하고자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국공립대 네트워크로 학벌주의가 타파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네트워크가 실현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시행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명문대학을 향한 선호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서울대학교가 평준화되면 그러한 선호가 연고대로 갈 것입니다. 학벌주의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로 타파됩니다. 그래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보다 각 지방거점국립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방거점국립대학들이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수준이 높아지면 사회 구성원의 인식도 변화할 것입니다. 

사회자 : 네. 오늘 두 분 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이번 토론으로 독자 여러분도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대해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해당 기사는 대학교수와 교육전문가들을 취재하고 신문 사설을 참고하여 작성됐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모델은 다양하다. 그중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국공립대학 간 공동 선발·공동 학위 수여 △공영형 사립대 구성 △네트워크에 포함되길 원하는 사립대학에 문호를 개방하는 안으로 정해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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