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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영방송의 운명: 마봉춘과 고봉순의 귀환을 바라며
  • 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17.09.09 20:3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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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요즘 온라인이나 톡방에서 떠다니는 가짜뉴스(Fake News)가 아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법정에서 주장한 말이다.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 표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법조계에서 몸담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 관심법을 터득했는가 보다. 현직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믿고 주장하는 것은 공화국 시민이 누려야 마땅한 표현의 자유라고 치자. 하지만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공영방송사의 이사장으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방문진은 문화방송 <MBC>의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공영방송 <MBC>와 <KBS>가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권력과 야합한 사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오히려 노조가 여당의 비호아래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파업을 감행했다고 맞서고 있다. 급기야 <MBC> 김장겸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야당은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가 드러났다며 북핵으로 인한 안보위기 속에서 정기국회 보이콧에 나섰다. 마침내 전국의 언론학자 467명이 두 공영방송의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학자들은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진단하고 경영진이 보여준 정권 친위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사실상 그동안 비정상적인 공영방송의 적폐 청산과 정상화를 요구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의 위기가 회자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매우 침통한 수준이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올해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지수는 180개국 가운데 63위다. 2006년 31위에서 끊임없이 추락 중이다. 또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의 뉴스 신뢰도는 OECD 26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 정도면 독자들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여겨도 무방하다. 대학에서 언론과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필자로서는 그야말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언론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두 공영방송이 이런 상황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의 실천적 행위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에서 출발한다. 언론을 제 4부로 규정하고 권력의 감시견(Watchdog)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

채널의 수가 제한적이었던 시절, 온가족이 모이는 저녁시간에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로고송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는 시청자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준 피로회복제였다. 애청자들은 <MBC>와 <KBS>에게 ‘마봉춘’ ‘고봉순’이라는 애칭을 각각 지어 주었다. 믿음직스러운 친구처럼 정성을 다하는 방송이 되어달라는 염원이 담겨진 것으로 여겨진다. 방송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공영방송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높은 수준에서 구현하면서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책임질 일이 생기면 마땅히 경영진이 그 책임을 기꺼이 져야한다. 오늘날 회자되는 언론과 저널리즘의 위기가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 역시 마땅히 시청자들이어야 한다. MBC 현관 로비 액자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 근원이 권력이 아니고 국민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zero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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