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두 번의 입시를 치르고 두 번의 대학입학금(이하 입학금)을 냈다. 두 번의 경험 모두 입학금 고지서가 나오면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 입학 금액이 얼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처음 다녔던 곳은 사립대학이었다. 입학금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70만 원 정도로, 우리 학교의 4배를 넘었다. 학교마다 입학금의 액수 차이가 컸지만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입학 당시 학교에서 내라고 하니 ‘당연히 내야 할 돈’,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포털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군산대가 입학금을 폐지하고, 뒤이어 여러 국공립대가 폐지에 동참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우리 학교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의 심정은 그저 ‘폐지를 하는구나’였다. 이미 입학금을 냈었던 필자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입학금에 대해 무신경했던 건 필자뿐이었던 듯하다. 취재를 통해서 입학금 폐지를 위해 많은 학생과 시민이 다양한 운동과 소송을 진행한 것을 알게 됐다. 작년에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45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청년, 대학생 단체로 구성된 이들은 대학교가 신입생을 상대로 입학금 장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에는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그들은 사용처와 산정근거가 불분명하며 지출내역마저 기록되고 있지 않은 입학금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취재 중 참여연대 심현덕 간사는 “학교 고유 업무를 위해 등록금을 내는데 꼭 입학금이 필요하냐”며 “이미 대학은 입시 전형료, 등록금, 졸업유예 비용을 거둬들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제야 입학금에 무감각했던 감정이 요동쳤다.

입학금 문제는 필자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취재하면서 떠오른 의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입학금의 액수가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학 재정에 꼭 필요한 돈인 것인지. 입학금이 꼭 필요한 돈이라면 교육부, 하다못해 각 대학에서 정한 산정근거가 있지 않았을까. 쉬운 예로 A 대학은 입학식 날 신입생 각자에게 생수를 한 병씩 제공한다. 생수를 500원으로 입학 인원수를 곱하면 입학식에 사용될 예산을 측정할 수 있다. 단순한 가정이라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한두 군데도 아닌 대다수 대학이 산정근거가 불분명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입학 사무에 사용되는 비용은 학교별로 큰 차이가 없다. 터무니없는 고액의 입학금을 징수하고 있는 학교부터 입학금이 아예 없는 학교까지, 금액이 천차만별인 이유도 의문이다. 입학금이란 이름을 붙여놓고 수업료와 구분 없이 사용하면서 지출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도 어처구니가 없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학입학금 폐지’ 공약에 따라 국공립대들이 입학금을 폐지, 인하하는 추세다. 앞서 말했듯 우리 학교 또한 입학금 폐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달 사립대 최초로 원광대가 입학금을 인하하기로 확정했다. 오랫동안 대학가의 논쟁거리였던 입학금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립대는 머뭇거리고 있다. 국립대보다 평균입학금이 약 5배 많은 사립대의 입학금 폐지 또는 인하는 더욱 절실하며 더욱 필요하다. 입학금이란 명목 하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대학의 이유 없는 강제 징수는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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