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USB처럼 쓰는 시대가 올까. 최근 대장균의 DNA에 사진과 영화를 저장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미국 조지 처치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대장균의 유전체에 흑백의 손 사진과 말이 달리는 동영상 파일을 저장해 읽어내는 데 성공한 것.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13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컴퓨터가 이진법(0,1)을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듯 DNA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 4가지 염기로 정보를 저장한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이미지를 이루는 각각의 점(픽셀)의 위치와 명암 정보를 바코드로 만든 뒤 A는 1·0, T는 0·1, C는 0·0, G는 1·1로 치환해 이미지 정보를 염기서열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바코드가 110100이면 GTC로 변환하는 것이다. 대장균은 연구팀이 합성한 DNA를 바이러스의 DNA를 저장하듯 염색체 내 ‘크리스퍼’ 영역에 저장했고 연구팀은 이후 이 영역을 차세대 시퀀싱으로 해독해 이미지를 90% 정확도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DNA를 생명의 근원이라 부를 만큼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DNA의 저장능력은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두 개의 사슬이 상호 결합된 나선형으로 정보의 저장하고 복사하는데 최적의 형태를 띠고 있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눈에 띄게는 쌍꺼풀의 유무부터 생김새와 크기, 키와 체형 등 외형은 물론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다. 7번 염색체에 있는 세로토닌 운반체(5-HTT) 유전자를 억제하는 DNA의 길이가 짧은 사람이라면 걱정과 근심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바람기’가 유전된다는 논문도 있다.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성격상의 기질이 유전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전자는 애꿎은 ‘탓’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빠를 닮아서 공부를 못한다’, ‘엄마를 닮아서 살이 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라도 성격이 같지 않고 형제나 자매끼리라도 체형도, 잘하는 것도 서로 다르듯이 부모 탓은 ‘탓’일 뿐일 때가 많다.

 탓은 부모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잘 쓴다. ‘과제 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술 먹자고 불러서, 과제를 못했어’, ‘버스가 늦게 와서 수업에 늦었어’라고 말한다. 심지어 ‘날이 너무 좋아서, 집안일을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놀러 나왔다’고 말한다. ‘탓’은 ‘나’의 무책임을 정당화시킨다. 밀린 과제, 포기한 수업, 어질러진 방은 내 책임이 아닌 게 된다. 내 책임이 아니어야 계속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친구가 무슨 잘못이며, 화창한 날씨는 무슨 죈가.

  탓할 게 없으면 탓할 걸 찾기도 한다. 책상에만 앉으면 갑자기 책상 정리를 하거나 안 하던 방 청소가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떻게든 미뤄보겠다는 거다. 책상 정리하고 나면 시간은 또 훌쩍 가 있고, 늦은 시간을 핑계 삼아 할 일을 또 미룬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피’라 한다. 회피는 미루기의 신호탄이고, 회피는 회피를 부른다.

  이럴 때는 인정이 시작이다. ‘내가 또 미루고 싶어 하는구나’ 하자. 그리고 ‘하기 싫은 이유가 뭐지? 왜 미루고 싶지?’라고 질문해 보자. 처음에는 내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로 빠지거나 ‘원래 나는 이래’라며 포기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내가 무언가를 미루는 습관만 없다면…?’이라고 가정해 보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할 일은 미루고 쉬어본 적이 있는가.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놀아도 마음 한구석은 찜찜하다. 불편한 마음이 계속 따라다닌다. 포기만 하지 말자.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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