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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이광영 간사  |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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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호] 승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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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대상 1순위’라는 게 분명해, 어디서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주제다. 허나 예외가 있다. 바로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다. 평소에 자제했던 탓인지, 한 명이 물꼬를 트고 나면 각자의 무용담을 쏟아내기 바쁘다. 대화는 군 생활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쯤 되면 서로의 ‘흠’을 들추는 데 혈안이 된다. 그 진지함은 ‘청문회’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필자 역시 ‘기싸움’에 빠지지 않는데, 와중에도 철저히 감춰왔던 사연이 있다. 결말이 워낙 비참했기 때문이다.
 
사실 군대에서 축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그날은 더 어려웠다. 대대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주말 당직 간부들 모두가 신경이 곤두서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소한 일 하나하나 당직사관에게 ‘보고’해야 했다. 필자가 있던 부대의 행정반에는 위치 추적판이 있었는데, 어디든 이동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말판을 해당 위치로 옮겨놓아야 했다(다행히 화장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날엔 이를 소홀히 하면 징계를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부상 위험이 있는 운동은 허락받는 것조차 힘들었다. 필자를 비롯한 선후임들은 축구를 하기 위해 애처로이 울부짖었고, 당직사관은 이를 상급부대에 보고한 후에야 비로소 허락했다.
 
이토록 필사적이었던 건 한 선임 탓이었다. 그는 우리 분대가 축구할 때마다 얄밉게 훈수를 두곤 했다. 한 번도 공 차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뭐라 반박할 말도 없었다. 이에 이를 갈던 우리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우리에게 ‘덤비라’했고, 우리는 이른 복수를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허무하게도, 결과는 싱거웠다. 우리 분대의 압승이었다. 그의 처참한 실력은, 경기 초반 시도했던 ‘노룩패스’가 연병장 옆 ‘컨테이너’로 향할 때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와 한 편을 이뤘던 이들이 우리를 향해 ‘개떼처럼 달려든다’며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사냥’에 성공했던 터라 딱히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어쨌든 완벽하게 승리한 우리는, 그에게 음료수를 요구했다. 경기 전부터 합의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뻔뻔하게도, 문제의 선임은 그런 내기를 한 적 없다며 발뺌하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이가 ‘증인’으로 나섰지만 그는 ‘아니오’로 일관했다. 나중에는 기어코 ‘몸이 아프다’며 생활관으로 도피해버렸다. 따라 들어가 ‘503’번 정도 따져보기도 하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간부 앞으로 ‘구인(拘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우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제물로 필자의 카드가 희생됐다.
 
슬픈 사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날 피엑스를 방문한 필자는 민망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바로 카드 잔액 부족. 운동 후 갈증에 시달리던 하이에나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필자의 전 재산을 털어버린 것이다. 실시간으로 결제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처지였기에, 카드 잔액은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통쾌한 승리로 끝맺을 수 있었던 이 사연은, 이처럼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5년을 감춰온 비밀을 털어내니 한결 편하다. 덕분에 목요일에 예정된 예비군 훈련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바지 단추는 잠기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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