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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를 위한 변론
  •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05.01 03:15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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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논란이 되는 행보를 보인다. 언론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똑바로 보도해라”라고 야단을 치지 않나,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면전에서 “쓰레기 같은 보도”라고 혹평했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나라에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또한, 전임 정권의 정책을 180도 뒤집어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불과 3일 만에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를 폐기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성사시킨 오바마 케어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정치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믿기지 않는다. 대통령제가 갖는 맹점 때문이다.

대통령제는 1인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제도이다. 상대적으로 내각제보다 권력남용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조차 제왕적인 대통령을 경험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아름답게 퇴임을 한 사례가 없다. 본인이나 본인 측근의 부정, 민주주의 유린 때문이다. 심하면 살해되거나, 쫓겨나거나, 투옥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장 최근의 사례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고, 그가 정치를 주도하고 나라를 이끌어 가도록 하는 제도이다.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고, 그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그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사회·경제체제가 미분화된 어리숙한 시절에는 슈퍼맨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와서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박정희나 싱가포르의 리콴유가 대표적이 사례이다. 이때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면 나머지는 일사불란하게 그의 리더십을 따르는 방식이 효율적이었을는지 모른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집행도 신속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단기간에 성장한 것도 바로 이러한 방식 때문이었다. 대통령제가 이때는 도움이 됐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사회문제가 복잡하고, 얽혀있는 상황에는 사회의 다양한 지혜가 집적될 필요가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집단지성이라는 말이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이다.

정치에 대입에 보면, 오늘날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위대한 시민이 필요한 시대이다. 대통령제는 지도자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제도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지도자 1명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미국의 정치학 교과서를 보면 “불가능의 대통령직 (Impossible Presidency)” 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는 어떤 대통령이 나와도 홀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서 필자는 현대사회에는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후자는 다양한 생각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는 기본적으로 권력을 나누고, 공유하는 구조다. 당연히 정치세력 간에 대화, 협의를 촉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 머리를 맞대게 한다. 여기서는 어느 한 인물을 돋보이게 하고, 이 목적을 위해서 행차를 요란하게 하는 일이 없다. 독일의 총리는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려 찬거리를 사서 집에 가서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덴마크 총리는 일반인과 같이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헬스장에서 러닝을 한다. 그래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고 하거나 요란을 떨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 잠시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2017년 유엔의 행복 보고서를 보면 행복도 최상위 10위권에 속하는 나라들은 모두 내각제를 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경제적으로도 부국이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 스위스, 네덜란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스위스는 혼합형 국가로 분류되지만, 이는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에 가깝다. 대통령이 내각에 의해서 선출되고 이들이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모두 평화스럽고 조화롭게 산다는 것이다. 정부 형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한결같이 내각제를 선택하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권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세정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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