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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빛인 제도, 요양보호사에겐 그림자가 됐다
  • 황연주 기자
  • 승인 2017.04.10 05:45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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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장기요양기관 노동자 권리찾기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부산광역시 시청 앞에서 장기요양기관 노동자의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노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인 요양보호사의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요양보호사는 관련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그에 관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노인의료복지시설이나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장기요양급여수급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정서적 및 사회적 보살핌을 제공한다. 사회복지법인 애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A 씨는 “노인의 신체적 및 정신적인 일상 전반을 돕는다”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눈 감는 순간까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노인과 요양보호사 둘 다 놓친 제도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급변한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이하 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되면서 부터다. 장기요양제도는 가족과 개인에게 내맡겨져 있던 노인 돌봄 문제를 국가가 일부 부담한다는 취지로 2008년에 도입됐다. 제도 도입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재가급여의 경우 당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의 15%, 시설급여의 경우 당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의 20%이며 나머지는 국가가 부담하게 됐다.

문제는 노인복지시설의 운영을 대부분 민간이 담당하는 것이다. 장기요양제도는 서비스질 향상을 위해 제공기관을 자유경쟁시장에 맡기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인복지시설 기관이 민영화돼 있다. 민간이 복지 영역을 맡음에 따라, 관련 기관의 공급은 증가한 반면 서비스의 질과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악화됐다. 장기요양기관의 수는 2015년 전국 기준 17,985개로 △생활시설인 시설기관 5,083개 △이용시설인 재가기관 12,902개다. 또한 생활시설은 노인요양시설과 공동생활가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생활시설의 42.3%(2,148개)가 10인 미만의 공동생활가정이며, 생활시설 중 노인요양시설의 70% 이상이 30인 미만의 소규모 단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요양기관 노동자 권리찾기 공동행동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 진은정 준비위원은 “개별 노인 돌봄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좋은 제도지만, 민간에 맡기면서 복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노인들이 돈벌이 대상이 됐고, 일하는 우리들의 처우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10년을 일해도 임금은 10년 전 그대로

준비위는 장기요양제도 도입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노동시간과 임금의 질적 측면이 절하됐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요양보호사는 2교대 형태로 야간 12시간씩 근무를 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됐으나, 적은 요양수가(요양 제공에 따라 지급되는 보수)때문에 최저임금에 맞는 임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야간 휴게시간을 늘리는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이에 임금 또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 이후 9년간 최저임금은 55.8% 인상됐으나, 요양수가는 18.6%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현재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요양보호사의 임금 수준은 165만 원에서 170만 원 범위이다. 진은정 준비위원은 “쉴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실제 쉴 수도 없는데 야간 휴게시간은 길다”며 “그런 식의 편법으로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 요양보호사에게 적용되던 임금 호봉제와 ‘노인의료복지시설 종사자복지수당’(이하 종사자복지수당)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10년차 요양보호사와 1년차 요양보호사의 임금이 동일해졌다. 지난달 29일 부산시청 앞 기자회견장에서 한 10년차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제도가 실시되면서 호봉제가 폐지돼 월급이 감축됐다’며 ‘10년을 기다려도 개선은 없었고, 오히려 신입 요양보호사의 최저임금을 맞춰야 된다며 올해 또 삭감했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요양보호사를 제외한 타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여전히 호봉제로 임금을 받고 있다. 진은정 준비위원은 “요양보호사도 타 사회복지 노동자들과 같은데 우리만 호봉제가 폐지 됐다”며 “다시 호봉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종사자복지수당은 본래 운영 중인 법인의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정규직으로 재직 중인 요양보호사에게 월 18만 원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했다. 하지만 장기요양제도가 도입되면서 법 시행 이전 종사자에게만 18만 원이 지급됐고, 이후의 종사자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요양보호사들이 부산시에 처우 개선을 요청해, 장기요양제도 이후 요양보호사가 된 이들이 종사자복지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현재 부산시로부터 월 6만 원의 종사자복지수당을 받고 있다.

관(官) 주도로 처우개선 필요

요양보호사의 저임금·장시간 노동 문제의 원인으로 낮은 요양수가 외에도 정부의 관리·감독 미비가 문제로 제기됐다. 2015년 기준 전국 시설기관 중 10인 미만 공동생활가정이 42.3%이며, 노인요양시설 중 30인 미만의 소규모 단위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71.7%에 이르는 재가기관은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업무가 다수를 이루며, 대부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A 씨는 “제도적으로 감시 및 감독을 철저히 해서 시설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사자복지수당에 관해서 현재 준비위는 부산시에 18만 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는 노인요양복지종사자 처우를 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개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산시가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는 종사자복지수당은 △실질급여가 감소해 타 복지시설에 비해 열악해진 종사자 처우개선 △제도 시행 전후 근무자의 형평성 해소를 위한 지원으로 의무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요양보호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며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시설도 아니기 때문에 이전의 금액과 똑같이 맞추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황연주 기자  march1968@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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