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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우주로 여행하는 별별 ‘동네 책방’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7.03.26 06:27
  • 호수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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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선별된 도서들이 가득한 동네 책방. 많은 독자들이 우연히 동네를 거닐다가 발견한 책방에서 직접 책을 선택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당신의 취향에 맞는 좋은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동네 책방은 개성이 뚜렷한 운영자가 책을 직접 선정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권하는 중소형 서점이다. 동네 책방은 일괄적으로 많은 양의 책을 들여놓은 대형 서점과 차별점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에는 개인이 고르는 책의 양에는 한계가 있어 도서 선택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이예은(사상구, 22) 씨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도 무슨 책을 선택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며 “책에 대한 취향도 매우 다양해 지인에게 쉽사리 추천받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동네 책방은 이러한 독자층을 겨냥해 소비자들에게 색다르게 다가온 형태의 서점이다. 동네 책방의 운영자들은 자신의 안목에 따라 책을 선정해 손님들에게 소수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동네 책방 주인에 대한 신뢰가 담보된다면 책의 선택에 따른 만족도가 증가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앞에 위치한 마들렌 책방 김단비 대표는 “이러한 동네 책방에 매력을 느낀 분들은 친근하게 책방을 방문해주신다”며 “베스트셀러와 같은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선별된 폭에서 본인이 끌리는 책을 선택할 수 도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동네 책방만의 매력이다. 동네 책방은 각 책방 주인의 개성에 맞는 소규모 독립출판물 등 다양한 책들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널 테이블 최지선 대표는 “진열된 책의 99%는 제 취향에 맞는 사진집, 여행기와 독립출판물이다”라며 “저와 취향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주로 방문한다”고 전했다.

소비자는 대형 서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책을 일부러 동네 책방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당장에 도서를 값싸게 구입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좋은 책을 소개받는 것 또한 소비자의 권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인디고 서원 이윤영 실장은 “도서정가제가 철저히 지켜지는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며 “책을 선택하는 경험이 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의 문화사랑방이 된 ‘동네 책방’

 

동네 책방이 활성화 되면서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평도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동네 책방을 거점으로 여섯 개 도시의 인문 공간을 소개하는 ‘인문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연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민섭 대리는 “동네 책방은 그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지역 인문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며 “각 지역의 책방지기가 직접 인문 공간을 안내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고 전했다. 서울도서관에서는 최근 ‘해방촌에서 숨은 동네 책방 찾기’ 전시회를 통해 책방들을 소개하거나 도서관을 이용해 동네 서점이 시민을 직접 방문하는 이동식 책방 형태인 ‘움직이는 책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도서관 박수정 직원은 “동네 책방이 지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책을 접하는 기회도 늘어나고 지역의 책 읽는 문화 형성에도 기여 한다”고 전했다.

동네 책방은 사람과 책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선별한 책을 소비자에게 친밀하게 소개해주거나 책방을 찾은 손님들이 함께 모여 강연을 듣거나 토론, 음악회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책방 숲 김영숙 대표는 “책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편안하게 들러 서로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서점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책방이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유행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윤영 실장은 “소형 서점이 살아남는 법을 찾아 차를 판매하거나 문화 행사를 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최지선 대표는 “굿즈나 할인 행사가 있는 대형 서점과 달리 소형 서점에서는 도서정가제를 지키며 책만을 판매해서 이윤을 창출하기 매우 힘들다”며 “출판사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공공기관 도서구매를 소규모 서점에서 하는 등의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 지역의 동네 책방 찾아보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인디고 서원

 

 

 

 

 

 

 

 

 

 

<빨강머리 앤>을 모티프로 지어진 풍부한 상상력의 공간 ‘인디고 서원’. 이곳의 방문자들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사유하여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실천한다. 인문학 도서를 읽은 독자들이 저자나 철학자들과 대화도 가능하다. 이윤영 실장은 “이곳을 방문한 청소년이 인문학을 말하는 통로가 필요해 <인디고잉> 계간지를 발간하고, 책을 통해 생태적인 삶과 윤리적인 소비를 고민한 독자가 채식 식당을 운영한다”며 생각을 실천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인디고 서원은 인문학 도서를 여섯 가지 분류로 구비하고 있다. 인디고 서원의 허아람 대표가 전 세계 대학의 서적 분류 방식을 공부해 인디고 서원 내 인문학 서적의 분류 기준을 규정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책 구매 목록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인디고 서원에 대한 안목은 믿음직하다. 책을 읽고 진지한 사유와 삶에서 직접적인 실천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인디고 서원’을 방문해보자.

 

   
금정구 장전동에 위치한 마들렌 책방

 

 

 

 

 

 

 

 

 

 

우리 학교 앞에 위치한 ‘마들렌 책방’은 동네를 오가다 들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고자 마들렌과 책이 준비되어 있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설 속 향수(鄕愁)의 매개체가 되는 마들렌. 기억의 매개체가 되는 마들렌처럼 마들렌 책방에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책들로 가득하다. 김단비 대표 취향의 톡톡 튀는 상상력의 소설과 편안함을 주는 시집들도 책방을 채우고 있다. 비밀스러운 포장지에 싸인 채 저자와 국가 등의 힌트가 손글씨로 쓰여진 시크릿 북도 방문객들의 흥미를 끈다. 이곳의 회원이 된다면 중고 도서를 매매할 수 있고 작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책 추천 등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편안한 분위기의 ‘마들렌 책방’을 방문해 독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보자.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책방 숲

 

 

 

 

 

 

 

 

 

 

글 대신 외향적 아름다움을 지닌 서적들이 주를 이루는 ‘책방 숲’.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두 공동대표가 창의적인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빠져 작업실을 겸한 책방을 꾸렸다. 책방 숲은 평소 디자인에 무관심한 사람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일러스트 서적이 비치돼 있다. 책방 숲은 예술가와 일반인 간의 벽을 허물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토크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벤트 참여자가 제시된 문장 중 고른 것들을 엮어 책으로 펴내는 ‘그 문장으로부터’라는 독립출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과 독특한 예술 서적을 원한다면 ‘책방 숲’으로 가보자.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커뮤널 테이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유’는 ‘커뮤널 테이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커뮤널 테이블을 방문한 사람들은 온전히 주인의 취향을 공유하고 그와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탁자에 비치된 도서의 99%는 주인장의 취향으로, 대부분 해외여행 후 구비한 사진집이나 여행기, 예술서적 등이다. 해외 사진집의 경우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기가 어려운데 커뮤널 테이블에서는 사진집을 펼쳐놓은 채 주인장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서점 유리창에 개제된 ‘읽다 죽어도 멋져 보일 책을 항상 읽으라’는 글귀는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커뮤널 테이블’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한 사진집과 여행 서적, 소설로 잠시나마 일상을 탈출해 보는 것은 어떤가.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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