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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던 창고, 문화와 예술로 가득 채워지다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6.12.04 05:52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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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의 근대문화유산 창고들은 문화시설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창고들이 과거의 산업유산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기억을 이어가고 새로운 문화 활력과 지역재생을 도모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사라지는 창고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 지역 곳곳에서는 창고를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부산의 창고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군수물자 수송이 이뤄지는 장소였다. 때문에 부산시에서는 현재도 이런 근대물류도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창고들이 많이 남아있다. 근대유산으로서 창고는 세 가지 가치를 지닌다. 첫째는 ‘공간성’으로, 실내 조건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과 쉽게 결합이 가능하여 잠재력이 크다.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 교수는 “창고가 뾰족한 박공식 지붕을 가지며 층고가 높고 내부에 기둥이 거의 없다”며 “이는 많은 물품을 보관하기 위함으로 문화예술 공간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둘째는 ‘지역성’이다. 전문가들은 창고가 해당 지역의 산업 발달의 과정을 설명하는 역사물이라고 설명했다. 오래된 창고들은 지역의 향수 대상이자 지역민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산업사를 대변하는 물증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창고의 건축재에서 느껴지는 ‘맥락성’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재료로 건설됐는지에 따라 창고의 느낌이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근대의 역사를 가지는 산업시대의 창고들은 대부분 벽돌과 석재이고 내부구조는 목조로 건축돼있다. 강동진 교수는 “근대의 창고들은 거칠면서 소박한 분위기를 풍긴다”며 “이는 유리와 콘크리트로 획일화된 현대도시의 경관과 대비되며 독보적이고 특이한 가치를 가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거 부산시의 창고들은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사라져 왔다. 땅값이 비싼 현대도시에서는 큰 규모의 창고들이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거위의 꿈 이준경 대표는 “부산 지역의 많은 창고들은 상업적 가치가 높은 위치에 있고, 해체가 용이하다는 특성이 있어 쉽게 사라져 왔다”고 전했다. 강동진 교수는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 방치돼 있는 창고들은 가치를 확인하고 미리 보존해 철거 위험에 대비해야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문화적 공간으로서 창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비욘드 가라지 김석관 대표는 “버려진 공간에 대한 가치를 알기 시작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은 단계”라며 “넓은 공간과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강동진 교수는 “창고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다양한 유형의 문화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며 “문화적 활용을 위한 어떠한 기획과 발상을 하느냐에 따라 해당 창고를 중심으로 지역의 재생가능성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문화공간으로 탄생한 우리 지역의 창고를 소개합니다

서낙동강 마을을 느낄 수 있는 골 ‘서낙토리’
 
   
서낙토리에는 강서구 신장로마을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상시로 전시돼있다
 
  낙동강이 있는 강서구의 특성을 살린 미술작품 전시 공간이 있다. 바로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에서 기획한 ‘서낙토리 프로젝트’의 전시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 비료창고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60여 년 동안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다. 지금의 문화공간은 부산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지역협력형 문화예술사업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나락한알의 사업 공간이다. 나락한알 김동규 부원장은 “이전까지는 마을 주민들도 해당 공간에 무관심했다”며 “전시 작가들이 창고를 청소하고 가꾸는 동안 주민들도 그 가치를 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낙토리는 서쪽 낙동강 땅(土) 마을(里)로, 서낙동강의 마을을 의미한다. 나락한알은 창고의 멋스러운 빗살무늬 벽과 넓은 공간이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작품 전시공간으로서 강한 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락한알의 전시 작가 7명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의 특성에 맞는 공공미술을 고안하기도 했다. 때문에 서낙토리는 낙동강이 흐르는 소리나 지역의 풍경을 담은 영상 그리고 마을을 빛과 소리로 표현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서낙토리 프로젝트에서는 도시재생센터와 협력해 마을해설사 육성과 작품 전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동규 부원장은 “리사이클 아트를 하는 작가가 폐지를 이용해 마을지도를 만들었다”며 “이런 작품들을 마을해설사와 연결해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를 설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서낙토리는 강서구청의 결정에 따라 몇 년 후 허물어질 위험에 놓여있다. 이에 나락한알은 사업이 끝난 상황이지만 서낙토리를 보존하기 위해 여전히 예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규 부원장은 “마을 주민들이 서낙토리를 영화상영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자발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여서 더 아쉽다”며 “지역 친화적인 문화를 지속적으로 투입해 서낙토리의 가치를 알려 공간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비욘드 가라지’, 해안도시 부산의 랜드마크를 꿈꾸다
 
   
비욘드 가라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가라지 마켓’ 행사의 모습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가 시작됐던 공간인 차고. ‘비욘드 가라지’는 누구든 이곳에서 계획을 시작하게 된다면 상상 이상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욘드 가라지는 일제강점기 수송도시와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서의 역할을 한 중앙동에 위치해 과거 쌀을 보관하는 ‘대교 창고’로 사용됐다. 편집샵 브랜드팀 안티도트는 근대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연출할 수 있는 대교창고를 활동공간으로 삼았다.
 
  비욘드 가라지가 지닌 특유의 투박한 특성은 각 행사의 컨셉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 비욘드 가라지에서는 매우 다양한 문화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가라지 마켓(플리 마켓)’ △패션쇼 △강의 △힙합 공연 △셀프웨딩 △각종 파티 등이 진행된다. 김석관 대표는 “지역주민들이 창고라는 공간에 선입견이 있어 호텔이나 백화점 행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송년회 파티나 결혼식 대관 등의 문의도 늘어나며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티도트는 비욘드 가라지를 활용해 부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문화공간을 기획 중이다. 안티도트는 미국의 젊은 층 문화인 서핑문화를 부산에 자연스럽게 도입하고 싶었다. 실제로 비욘드 가라지는 부산항의 경치가 보여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김석관 대표는 “옛날 건축물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관광지로 활용한 외국의 사례가 많다”며 “비욘드 가라지를 부산대표 문화공간 거점으로 만든다면 지역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안티도트는 ‘부산’과 ‘캘리포니아’를 결합해 ‘부산포니아’라는 해안도시의 특성을 살린 상품을 제작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한 안티도트는 비욘드 가라지를 상시적으로 개방해 사람들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석관 대표는 “옛날 건축물은 비교적 법적 규제가 복잡해 아직 계획을 구체화하기 힘들다”며 “비욘드 가라지를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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