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성평등네트워크’는 대학 내외의 성평등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적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에서 출범하게 됐다. 출범 기념행사로 지난 12일에 있었던 <‘여성혐오’를 말한다> 심포지움과 그 일환으로 지난 17일 영화 <여성노동자영상보고서 밥, 꽃, 양>을 상영했다.

지난 17일 우리 학교 사회관에서 영화 <여성노동자 영상보고서 밥, 꽃, 양>이 상영됐다. 늦은 시간에도 상영관에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섰다. 관객 중에는 영화를 보기위해 광주, 서울 등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행사는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감독이 함께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다.


차별받고 배제 당해야 했던 그들

1998년 여름, 뜨거운 햇빛만큼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들의 투쟁 또한 뜨거웠다. 그들은 자사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투쟁운동을 펼쳤다. 투쟁은 30여 일간 지속됐지만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투쟁 운동은 내부에서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낳았다. 노동자들 중에서도 급식여성노동자들의 처우는 가장 열악했다. 다른 의미로, 정리해고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해고될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반대투쟁에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투쟁운동 속에서 그들은 남성노동자와 노조 지도부에게 배제됐고 발언권까지 빼앗겼다. 노사정간의 중재안을 통해 노조는 정리해고를 일부 수용했고, 결국 급식여성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당사자가 됐으며 일부는 외주화를 통해 비정규직이 됐다. 30여 일간의 뜨거웠던 투쟁은 그렇게 끝이 난다.
권민숙(여성학 협동과정 박사) 씨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제금융기구 IMF(국제통화기금)의 요구를 많이 받아줬다”며 “공식적으로는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문제가 잘 해결된 것으로 비춰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인애 감독은 당시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에 대해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는 경영 악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부 정책의 시범 케이스였다”고 설명했다.

1년 후, 반복되는 과거

투쟁이 끝나고 1년 후, 급식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오히려 나빠졌다. 노동의 강도는 올라가고 회사는 경쟁의식을 키워 그들을 압박했다. 이에 급식여성노동자들은 회사와 노조를 상대로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서게 된다. 정리해고자의 복직과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는 1년 전처럼 남성노동자로 구성된 노조 지도부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했다. 단식투쟁 속에서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람이 생겨도 여전히 노조 지도부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중재안을 받아들인 채 자신들의 농성 텐트를 철거해야 했다.
시민 김차름 씨는 “단식투쟁 당시 아무도 도와준 사람이 없었나”라고 질문했고 임인애 감독은 “형식적으로 물을 갖다 준 적은 있었으나 투쟁에 동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답했다. 신라대 전인(가족노인복지학 14) 씨는 “이 영화의 노동자들처럼 성소수자들도 똑같이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왔다” 며 “언제쯤이면 성소수자들이 동등하게 설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감독은 “우리 사회가 모든 가치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며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고 힘내자”고 답했다.
행사가 마친 뒤 최예빈(신문방송학 15) 씨는 “평소에 언론에서 노조의 모습이 부정적으로만 비춰져서 별로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고 깨닫게 됐다”며 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7일 사회관에서 영화 <밥, 꽃, 양>의 감독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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