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2016년 11월 8일 새벽, 미국의 언론사 CNN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91%라고 보도하였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와 달리 힐러리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개표 초기에는 예상대로 힐러리가 앞서는 구도였지만 트럼프가 차츰 역전하더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가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결국 트럼프는 최종적으로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과반수 270명을 넘기며 미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트럼프의 승리와 힐러리의 패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뒤얽힌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다.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준 결정적인 요소는 앞서 말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리였다. 이 3개주는 1992년 이래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지역들이다. 그런 곳에서 트럼프가 대략 1%내외의 표차로 힐러리에게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째는 이 지역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 상황, 둘째는 힐러리와 트럼프가 이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우선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는 인접한 오하이오와 함께 ‘러스트 벨트’라고 지칭된다. ‘러스트’는 녹이 슬었다는 의미다. 러스트 벨트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후반까지 미국 제조업의 본산이었다. 대표적으로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는 철강 산업이, 미시간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가속 및 미국 산업 구조의 변화가 이 지역의 제조업을 쇠퇴시켰고, 그 여파로 러스트 벨트는 인구와 부가 감소하면서 사회적으로 불안정해졌다. 그럼에도 러스트 벨트는 1992년부터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러스트 벨트는 민주당 정부에게 소외받았다. 여기에 이 지역에 우호적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지자 기존 민주당 정부를 비판하고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었다.
다음은 힐러리와 트럼프가 이 지역에서 보인 행보다. 힐러리 진영은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러스트 벨트를 소홀히 대하고 경합주를 중시했다. 힐러리는 위스콘신은 아예 가지 않았고 미시간은 선거 막바지에 방문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도시 지역의 선거운동에만 집중했다. 반면 트럼프는 이 지역을 손에 넣어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꾸준히 방문하고 펜실베이니아는 시골과 교외지방까지 선거운동을 펼쳤다. 트럼프가 자유무역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한국과 중국이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는 비방을 일삼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미 대선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무엇보다도 러스트 벨트 지역이 결정적이었다. 오랜 기간 러스트 벨트를 방치한 민주당 정부, 그럼에도 이 지역의 민심 이반을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한 선거를 치룬 힐러리 진영, 그리고 이런 빈틈을 제대로 파고든 트럼프의 전략, 이 세 가지 요인이 시너지를 일으켜 러스트 벨트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일으켰다. 러스트 벨트는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를 선택했다. 이것은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와 힐러리의 패배로 직결되었다. 그 중심에는 러스트 벨트가 있다. 

이희서 (사학 석사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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