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래가 시가 될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으나, 형식이 다를 뿐 그의 노래가 시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많이 이들이 납득했다. 밥 딜런의 수상 소식을 접하며 다시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미국이 베트남전을 수행하던 시절, 밥 딜런의 노래는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박탈하는 전쟁에 저항했고 타인의 슬픔에 연루되기를 호소했으며 진정한 자유를 열망했다. 그 같은 밥 딜런의 노래가 시라면, 시란 세상이 외면한 고통을 적시하고 고통을 유발하는 세상의 종식을 염원하는 것이며, 시대에 길들지 않고 결을 거슬러 시대를 도발하는 것이리라. “시는 절경의 꽃”이 아니라 “폐허의 꽃”(<무제시편>)이라는 고은 선생의 말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의미일 터다. 밥 딜런이 저항의 노래를 부르던 시절을 오십여 년이나 지나왔으나 문학은 여전히 세월 무색한 폐허를 살고 있다. 지독히 참담한 현실이지만, 허나 이 폐허로부터 달아나지 않고 폐허를 낱낱이 독해하며 폐허 너머의 세상을 꿈꾸는 문학의 생존은 그래도 위안이며, 저 지난한 폐허의 기록이 문학이라 믿는 자들과 조우하는 일은 그지없이 안도할 일이다. 올해도 우리는 이 오래된 문학의 위의(威儀)를 믿는 젊은 문학도들과 만났다.
  올해 부대문학상 소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열두 편이다. 예년에 비해 많지 않은 편수라 아쉽기도 했지만 응모작들이 보여준 문학에 대한 열의만큼은 역력히 읽혀 반가웠다. 올해는 특히 신선한 소재의 발탁이나 형식 실험에 대한 나름의 고투가 엿보이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가령 전래의 고전을 패러디해 새로운 서사를 창안하거나 동화를 선택하는 이채로운 시도들이 있었고 환생을 소재로 취해 남다른 상상력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허나 모험적 시도에 값하는 수준을 보여준 작품은 드물었다. 알다시피, 소설이란 치열한 문제의식과 참신한 상상력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가 삼위일체로 결합될 때 온전해진다. 물론 이를 충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초심자는 편향과 결락을 범하기 일쑤다. 이번 응모작들 역시 예외 아닌 경우가 많았다. 선명한 주제의식에 비해 서사는 빈약해 소설이 추상적인 관념 나열의 장이 되거나(<사탄의 고백>), 이채로운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인하는 상상력이 낯익어 진부한 이야기로 머물거나(<스토커>), 단편의 몸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수다한 인물과 복잡한 이야기를 배치해 혼란스러움을 가중하는 경우도 있었다(<그 해 겨울>, <우리는 모두 고무신을 신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인물의 성격이 제대로 조형되지 않아 소설이 밋밋해지거나(<분실증>), 서사의 연결이 헐겁고 느슨해 개연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분실증>). 소설에 막 입문한 이들 대다수가 범하게 되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실수라 믿는다.
  심사위원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룸펜>을 당선작으로, <그 한 문장을>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그 한 문장을>은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을 소설화한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자칫 소설쓰기에 대한 진부하거나 설익은 관념의 발설이 되기 쉬웠으나, 필자는 독자들이 호기심을 끝까지 보유하도록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능력을 발휘했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결핍이 글쓰기를 추동하는 동인이며, 끊임없이 미끄러지더라도 우리네 불완전한 실존이 완전을 지향하게 하는 역설적 힘일지 모른다는 소설의 의미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었다. 다만, 소설의 이 종국적 의미를 강렬하게 부각했어야 할 마무리가 못내 아쉬웠다. 당선작 <룸펜>은 소박하지만 정직한 작품이다. 경쟁지상, 생존본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시대 청춘들의 고뇌와 좌절, 분투를 그려내며 세상의 부조리를 가격하려는 문제의식으로 충만한 이 작품은 어느 응모작보다 젊고 치열했다. 소설가를 꿈꾸는 자에게는 자신이 온몸으로 살아야할 시대를 독해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기교의 부족보다 더 값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심사위원들은 흔쾌히 <룸펜>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이들이 세상에 길들기보다 세상을 낯설게 감각하는 정지하지 않고 부단히 이행하는 소설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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