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정권을 잡은 반대파들에게서 공산주의적이라고 비난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 좀 더 진보적인 반대파나 반동적인 적수들에게 공산주의라는 낙인을 찍으며 비난하지 않는 야당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신의 사유를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학자라고, 새삼 감탄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허를 찌르는 단 맛. 방심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시럽의 달콤한 냄새. 입 안에 텁텁함이 남았다. 싫다. 나는 생전 시럽의 시옷도 입에 담은 적이 없는데, 왜 시럽이 들어간 커피가 나왔을까. 나는 카운터로 시선을 돌렸다. 어려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둘. 카운터 너머의 공간은 얼핏 보기에도 좁아 보인다. 겨우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 두 사람에게 허락된 공간의 크기. 아니, 최저임금은 받고 있는 걸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몇 남지 않은 흡연 가능한 카페인 이곳, 잡음 생길 일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나는 커피를 단념했다.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 싶어 테라스로 나서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경쾌하고도 낯선 착신음. 그녀에게서 걸려온 영상전화임을 확인하고 이어셋을 귀에 꽂으며 테라스로 통하는 유리문을 밀었다. 순식간에 숨을 막는 후끈한 공기에 절로 헉, 소리가 났다. 가까스로 그늘진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전화를 받았다. “아직 많이 덥네. 거기도 덥지?”
손바닥만 한 화면 안의 그녀가 희미하게 웃는다. 얼굴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말랐는데, 또 저녁을 거를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휴가도, 휴식 시간도 따로 주어지지 않는 인턴인 그녀에게 유일한 구원은 지금 이 한 통의 전화뿐임을 알기에 나는 잠자코 있기로 했다. “선배, 전에 말했던 그 여자 과장이라는 사람 기억나?그 사람이 오늘 있잖아…”
  연인 사이가 되고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녀는 나를 아직 선배라고 부른다. 나도 싫지 않고, 이제는 오히려 다른 호칭이 어색하다. 그녀가 선배라는 말을 발음할 때에, 나를 부를 때에 느껴지는 그 울림. 그 오랜 시간과 함께한 기억이 담긴 특별한 울림.
  우리는 거창한 이름의, 거창한 목적을 가진 학내 동아리에서 만났다. 화려한 명분은 결국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언젠가는 모두 깨닫게 된다. 다만 시기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거기에 더해, 그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곳을 떠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양의 술을 마시며 실망감을 달래는 부류의 인간도 있다.
  나는 전자였고 그녀는 후자였다. 그녀는 나의 그런 모습을 동경했노라고 말했다. 나는 술을 잘 마시는 그녀가 좋았다. 갓 대학생이 되었던, 호기심으로 눈이 빛나던 스무 살의 그녀를 나는 기억한다. 그녀의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완전히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인간이었으나 맞추어보면 그 조각난 이음매가 딱 들어맞는 퍼즐과도 같은, 그런 한 쌍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지금도 학교에 적을 두고 학교 주변을 맴돌며 한편으로 유유자적, 또 한편 학생 신분을 근근이 연명해가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그 발 딛기도 복잡한 서울에 제 한 몸 뉘일 땅 찾아 올라간 것이겠지. 비록 임시직이고 수습이지만 어떠랴, 나는 그런 그녀가 마냥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남의 돈을 벌어먹기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란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일인지, 화면 너머 나의 그녀는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생기를 잃어갔다.
  그녀의 작아진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진짜 너무 삭막하지 않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무겁고 축축하다. 세상에 사랑이 너무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조그만 화면으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차올라 있다. 나는, 차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는 입술 끝에 담배를 문다. 라이터를 찾아 주머니를 뒤지며 시선을 돌렸다. “나는…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은데…” 그녀가 마침내 흐느끼며 말하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내뱉은 담배 연기가 휴대전화 화면에 닿아 부서진다. 고개를 젖혀 올려다 본 하늘에는 불그스름하기도, 푸르스름하기도 한 노을이 지고 있다. 저녁 하늘이 맑고 높은걸 보니 곧 가을이 오겠구나, 나는 생각했다.

  가을이 오기 전 그녀의 인턴 기간이 끝났고, 그녀는 돌아왔다.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수업을 듣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었고 가끔 혼자 걸었다. 이따금 쪽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스터디를 하고, 각종 설명회, 박람회를 찾아다니고 틈틈이 자소서를 썼다. 그야말로 흔하고 뻔하고, 그리고 치열한 취준생의 삶. 그런 매일의 반복.
  하지만 그토록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매일 조금씩 자랐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숙해갔다. 우리는 떨어져 있는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통화했고, 듣기 좋은 목소리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그녀 특유의 이야기 방식 덕분에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매일 매일의 사건들은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생생했다.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오늘은 뭘 먹었는지, 누굴 만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그녀의 일기장을 읽은 것보다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다녀온 이후의 그녀는 문득문득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생각에 잠겨 있을 때의 눈빛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깊어져 있을 때,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무슨 생각 해?” 그녀의 맞은편에 서서 물었다. “내가 좀 늦었나?” 자리에 앉으려 의자를 꺼냈다. 바닥에 의자가 끌리는 소리. 그제야 그녀가 이쪽을 본다. 긴 머리카락을 손빗으로 시원하게 쓸어 넘기며 그녀가 환하게 미소 짓는다. “아냐, 선배. 내가 좀 일찍 나왔어.”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그녀의 사려 깊음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나를 위해 야외 테라스 자리에 앉아, 재떨이까지 가져다 놓는 이런 행동은 배운 걸까 타고난 걸까. 나는 누가 가르쳐줘도 하지 못할 것 같다.
  재떨이를 내 쪽으로 당겨오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매번 고마워.” 아니라며 수줍게 웃는 그녀의 곁에 커다란 가방이 놓여 있다. 각종 프린트물과 커다랗고 두꺼운 책, 필기구가 가득 담긴 필통. 그녀의 가방은 언제나 크고, 무겁다. 겉보기엔 가냘픈 그녀인데, 힘은 나보다 세다. 그리고 씩씩하다.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눈빛이 심각하던데.” 그녀의 눈이 또 예의 그 낯선 빛을 띠고서 타들어가는 담배 끝을 향해 있기에 나는 물었다. 이전 같으면 자신이 그렇게 심각한 눈을 하고 있었냐며 웃었을, 볼을 매만졌을 그녀인데,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그저 멍하다. 시선은 이쪽을 향해 있는데 정말로 여기를 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넋이 나가 있다.
  “한 대 줘?”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나는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그녀의 한 손을 가만히 잡았다. 보드랍고, 차갑고, 축축한 느낌. “괜찮아?” 나는 다시 물었다.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이쪽을 보는 그녀의 눈빛이 다정하다. 사랑스럽다.
  “나, 선배가 전에 추천해준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그거 시작했어.”

  이야기는 그녀가 갓 서울에서 돌아왔을 때로 거슬러 간다. 당시의 그녀는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시선에서, 경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하지만 시간은 코앞에서 멀어져갔고 등 뒤에서 밀어붙이며 현실이라는 얼굴로 그녀를 위협했다. 가만히 있으면 귓가에 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그녀는 후크 선장 같은 소리를 했다.
  그녀는 학교도, 도서관도 싫고, 독서실은 더더욱 싫다고 했다. 그곳에는 언제나 같은 분야의 수험서를 펼쳐놓고 공부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하루 종일 도대체 밥은 언제 먹고 화장실은 언제 가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의자에 딱 붙어 앉아 있을 때면 그게 그렇게 짜증이 날 수가 없단다. 예민하게 날이 서는 기분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보다 더 견딜 수 없어했던 것은 스스로의 밑바닥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자기 옆 자리에 분명히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늦은 밤,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그 자리가 비어 있거나, 혹은 늦은 저녁 즈음 머쓱해하는 기운을 풍기며 바깥냄새와 함께 돌아온 옆자리의 주인이 슬그머니 가방을 챙겨서 자리를 빠져 나갈 때, 그녀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덮쳐오는 자괴감도 그녀는 이야기 했다. 나는 이렇게 속물이었나,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나 불쾌하다고. 우울하다고.
  그녀는 나와 함께 카페를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같은 공간에서 각자 책을 읽고, 각자의 시간을 보냈으나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각자 행동하는 일은 연인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지라,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카페를 찾아보겠다며 여러 다른 카페를 돌아다녔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딱 자기 취향과 필요에 맞는 카페를 찾았다고 했다. 내가 다니는 카페와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기뻤다. 그녀는 머리가 식히고 싶을 때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쉬다 가기도 했고,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카페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가 최근 매일 만나고 있다는 이 무리의 구성원은 그녀를 포함하여 다섯으로, 모두 취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녀와 동갑내기들이었다. 학교도 전공도 각자 달랐지만 서로 누군가의 친구라는 것이 최초의 연결고리가 되었고,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한 카페가 있었기에, 그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적당한 높이와 넓이의 책상이 있고 화장실이 깨끗하며 짝지어 온 손님보다 혼자 있는 손님이 많은 곳. 그 모든 조건에 만족하는 단 한 군데의 카페. 내가 다니는 카페와도 가까웠던 그 카페를 나는 그녀만의 공간이라고 여겼기에 그동안은 그곳에 굳이 갈 마음을 먹지 않았었지만 이 우연한 만남이 이룬 집단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다. 그곳은 완벽한 도피처라고.
  그들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선에 시달렸을 것이다. 집에서는 부모의 시선에, 학교에서는 교수와 선후배, 친구들의 시선에. 누군가의 한 마디 질문이 백 개의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을 것이다. 학교에서, 공공 도서관에서, 사설 독서실에서 그들은 매일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숨죽인 채 날을 갈고 있는 수많은 적들. 시선과 경쟁에 지친 그들에게 도피처로 익명과 자율을 누릴 수 있는 카페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또 있을까. 도망자나 다름없던 그들 사이에는 전우애가 생겨났을 것이다. 먼 타국 땅에서 한국말을 쓰는 사람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낯선 반가움과도 같은 감정. 그렇게 그들이 그 카페에서 마주치는 일이 반복 되었고 그것이 모임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한 모임은 아니다. 그저 가끔 시간이 맞으면 함께 밥을 먹거나, 좀 더 크고 편한 책상에 앉거나, 가끔은 위로하고 위로 받기도 하는 그런 모임. 그게 누구든, 누군가 한 명쯤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게 되는 동아리 방 같은, - 없어도 그만인 - 그런 정도의 기대.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자면, 그렇다. 그녀는 이들과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나는 내심 놀랐다. 그녀에게 창업을 먼저 제안한건 나였다. 아니, ‘제안했다’기 보다 그런 길도 있다고 그저 한 마디 던졌을 뿐.
도망자의 생활은 피곤한 법이다. 목격자가 있을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녀는 카페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따금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라서 괜찮다고도 했다.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목격자였다. 그들은 서로의 전우이면서 목격자이기도 한 위태로운 관계였지만, 그 카페가 마치 중립지대와 같은 역할을 해서, 그 카페 안에서만큼은 일종의 평화 전선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이 그곳에서 느꼈던 것은 서로를 불편하게 했던 기존의 시선과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녀는 둘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결과는 결국 똑같았으므로 그 차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겠으나.
  그녀가 카페를 다닌 이후 받기 시작한 스트레스는, 타인의 시선에 의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함께 목격한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녀가 그동안 혼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끌어안고 있었던, 무한 경쟁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강박과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 약육강식이라는 매커니즘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믿음이 또래의 모든 취준생들에게, 아니 이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다.
  나는 언젠가, 그 다섯 -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 - 이 단 한 번도 함께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언제나 누군가는 면접에, 누군가는 자격증 시험에 하는 식으로 자리를 비우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면접이나 시험장에 다녀온 다음날이면 그 카페로 와 후기를 전한다고 해서 나는 그것이 또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들의 학교와 전공이 모두 달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보았는지, 시험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무엇을 얼마나 준비해 갔는지 그런 건 그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그냥 들어서자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건물의 외관은 어땠는지,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피상적이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을 꿰뚫는 대화였으리라고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들의 가장 큰 관심은 그곳의 ‘화장실’이었다.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이 모두 여자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무리적 특성인지는 모르겠다. 화장실의 위치나, 청결도는 기본이고, 파우더룸이 따로 있는지, 세면대는 깨끗했는지, 개인실의 칸 배치와 수 등등. 그들은 화장실에 관해 거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였다.
   대부분은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마치 그 화장실의 수준이 자신들의 수준을 결정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는 씁쓸해했다.
  나는 물었다.
  “가장 싫은 게 뭐야?”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깨끗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변기 시트. 앉기 너무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맨살이 닿는걸. 아무리 닦고 앉아도 눈으로 확인이 안 돼. 그래서 너무 찝찝해.” 그러더니 그녀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나는 그 시트 닦는 물티슈를 누가 꼭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일회용 물티슈로, 들고 다니면서 쓸 수 있고 시트 닦으면 웬만한 세균은 다 닦이고 몸에도 안전한 그런 성분으로 말이야. 그리고 변기에 바로 버릴 수 있게, 물에도 녹는 그런 거. 왜 그런 거 아무도 안 만들까?”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기에, 나도 조금 흥분하여 “그럼 네가 만들어 보는 게 어때? 그 카페 친구들 중에, 도움 받거나 같이 할 만 한 친구 있지 않아? 다섯 사람이니까, 협동조합 조건에도 딱 맞겠는데.” 라고 했더니, 그때 그녀는 뭔가로 얻어맞은 사람처럼 놀라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했다. 창업이라니,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자기가 무슨 창업이냐고, 말도 안 된다고, 당장 사업 자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냐는 그녀에게 찾아보면 아마 조건에 맞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21세기 인간의 기본 소양은 사색이 아닌 검색이라고 했던가. 청년 창업 지원이나,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같은 몇 개의 키워드를 불러주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곧장 검색을 시작했다. 그녀는 그 날,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누군가 와서 알려줄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앉아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았었다.

  사업 준비를 시작한 이후에도 취업 준비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그녀였기에 당연하게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나는 좀처럼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통화와 메시지로 그녀는 자신과 주변의 소식을 착실하게 전했다.
사정은 그녀의 카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라는 게, 창업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보니 모두 계속 준비해오던 취업 준비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각자의 미래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처음 그녀가 그녀의 카페 친구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조건이 괜찮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몇 가지 찾아 보여주었을 때, 취준생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서인지 모두 반겼다. 서로 자기가 먼저, 같이 하자고,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마치 짠 것처럼, 꼭 필요한 전공자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의 추진력은 대단했다. 그녀의 열정은 그야말로 불길처럼 타올라서 주변으로 번져나갔다. 사업자 등록을 위해서는 주소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는 당장 사무실부터 구하기로 했다. 앞으로 있을 여러 일을 위해서도 그들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을 알아보러 다닌다는 그 사실 자체에 들떴던 것 같다.
  수많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에는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던 것 같다. 비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거나 아예 무료인 곳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에는 대체로 사무실을 몇 시간 이상 이용해야 한다거나, 상주 인원이 몇 이상 되어야 한다거나, 반드시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은 결국 자신들의 돈을 조금 보태서라도 사무실만큼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나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취준생이라는 신분을 포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들 언제나 스케줄이 빡빡하고 체력적으로도 늘 한계에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사무실을 보러 다니면서도 전혀 지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마음에 드는 사무실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대개는 그 공간을 함께 보러 간 그녀의 카페 친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찍은 셀카였다. 사진 속 나의 그녀는 꼭 스무 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 모두 소녀처럼 웃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와 카페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했던 공간은 엘레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 3층에 위치한 곳이었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었지만 채광이 잘 되어 제법 운치 있었다. 이전에 화실로 쓰였던 곳이었다고 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이 분리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이 탐낼만한 곳이었고, 그런 만큼 비쌌다.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에게는 포기 밖에, 달리 다른 수가 없었다.

  너무 마음을 주어 버려서인지, 눈이 높아진 탓인지,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은 그 이후, 좀처럼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은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발품을 팔고, 허위 매물에 헛걸음을 반복했다.

  나도 그녀가 보내는 사진에 지겨움을 느껴 갈 때 쯤, 운명처럼 조건에 딱 맞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은 신축 원룸 건물의 1층으로, 계단을 올라갈 필요도 없었고 새 건물이라 기존 인테리어 철거 비용 걱정도 없었다. 거기다 화장실이 건물 밖에 독립 증축된 형태로, 창고를 겸하고 있었다. 임대료도 아슬아슬했지만 세이프였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1년짜리 임대차계약을 했다.

 

  현행 건축법상 원룸 건물에는 반드시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계약한 그 공간은, 지상 주차장으로 쓰여야 할 공간에 벽을 쳐서 실내로 만든, 말하자면 불법으로 개조한 건물이었다. 건물 외부로 증축된 화장실도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한 주민의 민원으로 밝혀진 사실이었다.

  우리 사무실이라며 그녀가 자랑했던 공간의, 못 자국 하나 없던 깨끗한 벽이 한순간에 무참히 뜯겨나가고 앙상한 뼈대만 드러낸 채 그곳에 있었다. 남아 있는 가벽의 흔적은 거의 찢어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얇았다.

  다행히 따로 크게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할 예정이 없었던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었기에, 금전적인 손해는 없었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던 그녀의 망연한 표정을, 나는 아마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후, 건물주는 바로 근처의 자신이 소유한 또 다른 건물의 지하 공간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임대해 주었다. 접근성이 좋고 훨씬 넓었음에도 임대료는 훨씬 쌌다. 사실 나는 건물주와 그들 사이에 오갔을 자세한 이야기는 모른다. 그녀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아마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은 지쳐버렸던 게 아닐까. 그렇게 그들은 첫 사무실을 얻었다.

 

  나는 딱 한 번, 그 공간에 가본 적이 있다. 사진보다 더 어둡고 깊어서 놀랐다. 정말 방공호인가 싶을 정도로 넓었다. 습했다. 지하 냄새가 났다. 조금 무서웠다. 허공을 더듬어 그녀의 손을 찾았다. 붙잡은 그녀의 손도 축축했다. 계단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바깥의 빛으로 윤곽을 가늠할 뿐이었다. 불을 켜자 휑뎅그렁한 그 공간 가운데에 놓인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고른 탁자를 비추었다. 쓸쓸했다. 아마, 모두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불처럼 타오르던 그들은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 그녀만큼은 지치지 않았지만, 한 사람으론 역부족이었다. 좀처럼 일은 추진되지 않았다. 당장 이 다섯 명의 사람, 그녀와 그녀의 카페 친구들이 한꺼번에 한 자리에 모이지를 못했다. 가장 무난한 요일을 정해 매주 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이것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누군가는 막상 무언가 본격적으로 시작 한다고 하니 두려운 듯 몸을 사렸고, 누군가는 뺄 수 없는 아르바이트로 일정이 꽉 차 있었으며, 누군가는 학원 시간표가 그러했다. 다섯 사람은 좀처럼 만날 날도 지정하지 못한 채, 한 주, 두 주, 그렇게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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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원래는 이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어엿한 범죄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경찰이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버스를 하이재킹한 납치범이 경찰들을 상대로 기상천외한 요구조건을 내건다. 어째서? 이런 조건을? 소설 속 주인공과 완전히 일체가 되어 소설을 읽고 있다는, - 본인이 납치가 되었다는 - 사실도 잊은 채 납치범에 대한 의문에 골몰해 있던 와중이었다. 맞은편 소파가 풀썩, 깊이 꺼지는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방금 온 그녀가 토라진 듯, 지친 얼굴로 몸을 기울이더니 탁자 위 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오늘도? 눈짓으로 물었더니, 한숨을 폭 내쉬며 응, 답한다. 나는 읽고 있던 책을 펼친 채 탁자 위에 뒤집어 놓았다. 그녀가 커피를 내 쪽으로 밀어주며 탁자에서 물러난다. 소파에 등을 기댄다. “왜? 오늘은 누가 안 된대?” 그녀가 귀찮다는 듯, 몰라, 고개를 젓고 눈을 감아 버린다. “나 여기서 눈이나 좀 붙이고 갈래.” 빨대에는 그녀가 공들여 바르고 나왔을 립스틱이 묻어 남아있다. 그녀가 그녀의 카페 친구들과 회의를 하기로 한 날이면 그녀는 화장을 꼼꼼하게 하고 집을 나섰다. 아직은 준비 단계이지만, 회의도 일이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그 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나가자”

  “어딜?”

  “어디라도”

 

  우리는 가까운 공원으로 갔다. 하늘은 높고 청명했으며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나는 대충 자리를 살피고 앉아, 그녀를 위해 손수건을 펼쳐 주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레 손수건 귀퉁이를 펼쳐 잡고 치마가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곁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에게서 화장품 냄새가 난다. 바람이 그녀의 살냄새를 실어온다. 나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봐, 하늘 엄청 높아졌지?” 그러네, 하며 그녀가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본다. 눈이 부신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차양을 했다. “마지막으로 하늘 본 게 언제야? 사람이 해를 봐야 우울증에도 안 걸린댔어.” 그녀가 내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며 답한다. “선배는, 내가 하늘 볼 시간이 어디 있어. 앞도 안 보이는데.”

 

  그 이후 그녀는 사무실을 처분했고,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그녀의 카페 친구들과 그녀는 다시 바쁜, 취준생의 일상적 삶으로 돌아갔다. 아니, 더 치열해진 것 같았다. 그동안의 시간을 만회라도 하듯. 그녀는 더 이상 카페에 가지 않았다. 내가 있는 카페로 오는 일도 없었다. 잦던 연락도 뜸해졌다. 나는 점점, 요즘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갔다.

 

  그날은 예감이 나빴다. 나쁜 일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와서 보니 새 수건이 없었다. 모처럼 그녀와의 데이트인데, 잘 마른 새 수건을 쓰고 싶었다. 하는 수 없이 쓰던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와 보니, 스킨이 딱 떨어졌다. 조금 남아 있는 상태라는 걸 이미 오래 전에 알았지만, 힘껏 털면 아쉬운 대로 쓸 수 있었기에 내일 사야지 내일 사야지 미룬 게 화근이었다. 그리도 덥던 여름이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훌쩍 가을이 왔음을, 머지않아 겨울이 오리라는 것을, 얼굴을 아프게 스치는 차가운 바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외투 주머니를 뒤졌더니 담배의 빈 껍데기만 손에 잡혀 구겨졌다. 나는 걸으며 스스로의 게으름을 책망했다.

이른 저녁, 우리는 고급 스테이크 가게에서 만났다. 그녀나 나나 둘 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녀가 취준생의 신분인 동안 우리는 육식을 자제했다.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서는 되고 싶은 게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취업이 무슨 득도 수행이라도 되나, 나는 의문스러웠지만 그녀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는 그녀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거나, 내가 너무 먹고 싶어 하거나 하는 경우에 한해 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횟수였다. 대개 그녀가 아직 이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다, 라고 말하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가 오늘 이토록 비싼 육식을 저녁 메뉴로 선택한 이유는, 그녀의 취업이 결정 됐기 때문이다.

 

신입 사원 교육인지 뭔지를 오늘도 다녀온 그녀는, 그래서인지 반 정장 차림이었다. 몸에 맞춘 듯, 그녀에게 꼭 맞는 정장 재킷은 세련된 잿빛이다. 아래는 딱 붙는 어두운 색 진을 입고 높지만 단정한 모양의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묶었던 머리를 풀었다. 풍성한 머리칼이 해방의 자유를 만끽하듯 그녀의 어깨를 타고 내려오며 춤춘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그녀는 이제 정말 몰라볼 정도로 어른스러웠고, 또 아름다웠다. 그녀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는 여전히 즐거웠고, 그녀 역시 즐거워보였지만, 나는 어쩐지 그녀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나의 그녀가 아니구나, 나는 저녁 식사 내내 혼자 생각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갈 때 즈음, 그녀는 내게 물었다. 고작 와인 한두 잔 마셨을 뿐인데, 그녀의 볼이 발갛게 달아 올라있다.

 

“선배 예전에, 그런 얘기 했던 거 기억 나? 우리가, 동아리 애들끼리 술 마실 때 말이야.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거 다 개소리라고, 진짜 무책임하고 거지같다고 까고 있을 때, 선배가 우리한테, 너네 그 책은 읽어보고 까는 거냐고 물었었지.” 그런 일이 있었던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선배 그러고선 그 술자리 박차고 나갔었잖아. 너넨 부끄럽지도 않냐고, 남이 하는 말만 주워섬길 줄 알고, 그러고도 너네가 대학생이냐고. 그때 진짜 얼마나 민망했는지 알아? 그리고 동아리에도 안 나오고 말이지.”

나는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에 창피함을 느껴 고개를 떨구었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랬었나,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이젠.”

그녀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 선배가 얼마나 멋져 보였었는지 몰라, 나 그때 선배 모습에 반해서 쫓아다닌 거잖아. 나는 그 책 안 읽어 봤었거든. 스스로 반성도 참 많이 했어.”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찌릿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바래다주겠다는 나를 한사코 거절하며 혼자 걷고 싶다는 그녀의 뒤를 따라 나는 묵묵히 걸었다. 재킷을 벗어 한 손에 걸쳐 들고 작고 검은 백을 어깨에 멨다. 재킷을 벗으니 목까지 올라오는 딱 붙는 반팔 상의 차림이 되었다. 목 폴라인데 반팔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옷이라고 생각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있는데 그녀가 풍성한 머리칼을 천천히 흩날리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선배, 선배는 그래서, 그 책 읽어 봤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지, 잠시 나를 바라보며 서 있다가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조용한 밤거리에 또각또각, 그녀의 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언제 저렇게 어른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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