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씨, 니랑 똑같이 생깄다”. 지면에 납작 엎드려 뻐끔뻐끔 숨을 몰아쉬는 도다리. 그리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서로를 놀리는 세 친구들. 그들은 바다를 등지고 쪼그려 앉아, 도다리가 팔딱대길 멈출 때까지 실없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윽고 도다리가 횟감이 되려는 순간, 도다리는 미끈한 표면에 햇빛을 반사시키며 바다를 향해 날아올랐다.
영락없는 부산 토박이들인 세 사내들은 서로 만나자마자 욕지거리로 반가움을 전한다. 빙그레 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이지만 욕은 곧 잘하는 대학생 상연(태인호 분), 쪽방에 살지만 음반만 내면 성공할 것이라 믿는 청국(김준영 분). 둘은 또 다른 친구인 우석(김우석 분)이 있는 부산항 인근의 한 공장 입구에 도착한다. 세 명 중 둘만 모여도 어김없이 욕설 파티가 시작된다. 때론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욕이야말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수단이었다.
세 친구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끽연 인생을 펼치고 있었다. 상연은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이다. 어느 날 동아리방에서 선배에게 유흥주점 아르바이트를 소개받는다. 돈이 급했던 그는 큰 고민 없이 수락한다. 그러나 자존심과 돈을 맞바꾼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그곳의 손님으로부터 담배 심부름에서부터 폭행까지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일이 끝난 뒤 그의 허탈하고 서글픈 마음을 씻어내 주는 건 다름 아닌 담배 연기였다. 청국은 눈 뜨자마자 담배를 입에 문다. 빚 독촉에 시달리며 돈을 빌리러 다니는 와중에도 담배는 뗄 수 없다. 우석 또한 마찬가지다. 독서실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그에게 담배는 달콤한 휴식이다.
세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돈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 때문에 돈이 필요한 지는 잊어버린 채, 돈을 구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다. 상연은 호스트바에서 일하면 돈을 더 준다는 유흥주점 사장의 말에 넘어간다. 청국은 우석에게 돈을 빌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우석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청국에게 귤을 마구 던지며 영화는 절정에 다다른다. 비닐봉지 속 귤이 다 떨어지자, 급기야는 비닐봉지를 청국의 얼굴에 덮어씌운다. 실컷 얻어맞고 얼굴에 비닐봉지까지 쓰게 된 청국. 그는 차라리 자신의 얼굴보다 검정 비닐봉지라는 가면이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돈과 그 너머의 행복 사이에서 아등바등 대는 세 청춘들은 점차 자신이 무엇을 위해 돈을 갈구했는지 깨닫게 되면서, 절정의 기세는 한 풀 꺾인다. 영화의 엔딩은 결코 특별하지도 유쾌하지만도 않다. 특히 청국은 돈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강도로 들어가기 까지 한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부조리한 사회에 맞선 최후의 방법이었다. 여느 영화처럼 갈등이 해소되고 난 후 작위적으로 뒤따르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인생에서 청춘이 어떠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라 조금은 허무한 결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셋이 간 낚시 여행에서 낚아 올린 도다리. 부유하던 도다리는 잠시 ‘돈’이라는 미끼를 물어 수면 위로 올라와 버렸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모질고, 팔딱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게 목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까지 발작하다 보면, 우연찮게 다시 행복에 도달하기도 하는 것이다. 청국 같은 인물이 난데없이 도다리를 들어 올려 바다 속으로 던져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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