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형설모두학교

 

   
지난 13일, 괴정동에 위치한 형설모두학교에서 한글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 손에 책가방을 들고, 공부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방문하는 ‘어머니’ 학생들은 사랑방 같은 학교에 모여 ‘대학생’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다. 학생과 선생들의 모두의 쉼터, 모두의 공간이 되고 싶은 형설모두학교. 이곳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금의 형설모두학교는 ‘왜 의무교육이 배움의 시기를 놓친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거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36년 역사를 지닌 형설모두학교는 원래 화장실도 없는 캄캄한 지하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은현범 교장은 더 나은 수업환경을 위해 우선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썼다. 그 후 은현범 교장 특유의 추진력으로 크라우드 펀딩이나 모금을 진행해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지금의 3층 건물로 이사 올 수 있었다.
 
  형설모두학교에서는 주로 50대 이상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형설모두학교를 찾게 되지만 이곳에 모이면 다 같은 학생이 된다. 진행되는 수업은 △검정고시(초/중/고) △한글 △컴퓨터 △스마트폰 특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컴퓨터나 스마트폰 특강은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개설된 과목이다. 은현범 교장은 “학생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 소원 한 가지를 정하고 시작한다”며 “어머니들이 이야기하는 의견은 적극 반영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가르치는 교사들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으로, 총 50여 명이다. 형설모두학교의 자원봉사자들은 중도하차가 잘 없고 기본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교사들은 대학 생활이 바쁘더라도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수업준비를 한다. 오히려 만학도들의 열정에 기운을 받아가는 것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 은현범 교장은 “학창시절에는 가르치는 사람을 탓했지만 이곳의 어머니들은 잘 가르치지 못하더라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며 “스스로 죄송한 기분이 들어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고 전했다.
 
  형설모두학교가 가진 특징은 진도위주의 수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수준 편차가 제각각이라 수업 도중에도 계속 상호작용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어머니 학생들과 대학생 교사간의 의사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교무실과 학생들의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은 얼굴을 맞대고 있다. 이때문에 형설모두학교의 학생과 교사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은현범 교장은 “가르치는 사람이든 배우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쉼터같은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형설모두학교는 보통의 학교와 똑같이 가을 소풍과 학예회가 포함된 ‘형설의 밤’과 같은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형설의 밤은 교사들이 장기자랑을 준비해 학생들 앞에서 학예회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형설모두학교는 누구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장벽을 낮춘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 
 
  형설모두학교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도록 활동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목표다. 은현범 교장은 “형설학교를 졸업한 분들이 공부는 하고 싶은데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직접 방문해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며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육성하는 지도사과정도 새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형설모두학교의 목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 외에도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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