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고등학생인 동생의 투덜거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이 날씨에 어떻게 학교를 가란 말이야”. 별 생각 없이 동생이 또 툴툴거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상시처럼 준비한 후 ‘비야 원래 좀 맞는거지’하고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선 순간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정말 이 날씨에 어떻게 학교를 가란 말인지. 아니, 갈 수는 있을까? 아파트 내 화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있고 우산을 펼치려는 순간에 이미 하의는 다 젖어있었다. 어떻게든 가보려고 움직여봤지만, 결국 집으로 되돌아와 자체휴강을 선언했다.
  집 밖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바람이 거센데다 비까지 퍼부어 도보가 힘든 상황이었다. 보도 주변의 시설물들은 흔들거렸고, 몇은 쓰러지기도 했다. 가게의 간판이 인도에 떨어지고, 사람들은 호우로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오르다 넘어지기도 했다. 여러모로 위험한 전경이 펼쳐졌지만, 학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학교의 무소식에 학생들은 학교 커뮤니티인 ‘마이피누’에서 각 수업이 휴강인지 물었다.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글들도 수두룩했다. 심지어 같은 국립대학인 부경대학교와 해양대학교의 휴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취재 결과 대학본부는 태풍에 대한 안내를 공고했다. 문제는 오전 11시 40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10시 30분에 문서를 작성했지만 결재 과정을 거치느라 늦어졌다. 또한 ‘오전 중에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는 오보가 있어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고’, ‘국립대에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사후보고 체계로 이뤄지기 어렵고’, ‘태풍이 와도 휴업한 사례가 없고’….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이 이유들이 학생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공문이 발송됐을 때는 이미 오전 수업들은 마친 상태였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태풍이 부산을 벗어났다. 뒤늦은 대응이었다. 아니 대응도 되지 못했다.
  휴교를 결정한 다른 학교를 취재하면서 든 생각은 ‘부럽다’ 하나였다. ‘급박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공지가 먼저라 판단돼 사후 보고로 처리했다’, ‘일찍 와서 상황을 보다가 회의를 거쳐 휴업을 결정했다’는 다른 대학교 학사과 관계자들의 말은 우리 학교의 이유들이 얼마나 변명밖에 되지 않는지를 절절하게 보여줬다. 학생들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보고 체계가, 기상청 오보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예기치 못한 일이라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와 닿지 않는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재난의 사고를 몇 번이나 뉴스를 통해 목격하면서, 새로운 일이 생긴 후에야 대처하는 방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임을 잘 안다. 이제라도 연관부서와 협력해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발 빠른 행정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어떤 비책이든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 <부산행>은 좀비의 습격에도 꿋꿋이 부산으로 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지난 5일 우리 학교 학생들은 ‘부산대행’의 주인공이 됐다. 좀비 대신 태풍이 그들을 습격했지만, 영화처럼 태풍을 막아줄 인물 없이 오롯이 혼자서 등굣길에 올랐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고 재난에 빠르게 움직여주는 대학본부의 행정이 있었어야 학생들은 안심하고 우리 학교로 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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