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부산대를 찾아 강연한 바 있다. 유투브를 통하여 당시 강연 영상을 찾아보니 많은 분이 강연장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 것 같다.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다. 불신을 넘어 혐오, 환멸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기는 2년 전 ‘단식은 국회의원 특권의 시작’이라 했던 집권 여당대표가 야당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단식을, 그것도 비공개단식을 하겠다고 하니 혐오를 넘어 조롱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정치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법률가이기에 정치와 법의 상관 관계에 관하여 몇 가지 생각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법치를 말한다. 그런데 누구도 법치가 정치의 산물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특권, 갑질도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핏대를 높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라. 법은 어디서, 누가 만드나? 국회에서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들이 만든다. 국회는 정치의 핵심영역이다. 따라서 정치가 법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만들어진 법이 잘 시행되는지를 감시, 견제하는 곳도 국회요, 정치의 소임이다. 관료들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위법은 없는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없는지를 감시하는 것도 국회 즉 정치의 중요한 권능이다. 따라서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좋은 법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법의 집행도 엉망이 된다. 우리는 지금 엉망이 된 정치로 인하여 법치가 누더기가 되어 있는 모습을 매일매일 목격하여야 하는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다.
  세월호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박근혜 정부는 겨우 조사권을 규정한 세월호 특별법을 정부 시행령으로 완전히 말살시켜 버렸다. 시행령은 법률의 하위에 있는 것으로 따라서 시행령은 모법을 거스를 수 없는데도 이 정부는 그런 법의 일반원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시행령을 국회가 통제하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했던 여당 원내대표(강연자인 유승민 의원이 바로 그 여당의 원내대표임)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하여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축출됐다. 원내대표 퇴임의 변으로 그가 헌법 제1조를 운위했던 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한편 세월호 특조위 활동시한이 종료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단언컨대 그냥 억지다. 특별법 제7조 제1항은 특조위는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을 활동기한으로 정하고, 위원회 의결로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부는 특별법이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에 6개월 연장한다고 해도 2016년 6월 30일로 특조위의 활동기한이 종료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을 가능하게 한 시행령은 2015년 5월 11일 제정됐고, 이에 따라 특조위 별정직 공무원을 선임한 게 2015년 7월이다. 실제 특조위 구성이 완료된 것은 2015년 9월이다. 특별법 제7조 제1항의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이라는 법문을 아예 작정하고 무시하는 행태다. 나쁜 정치가 저런 불한당 같은 법 해석과 법 집행을 낳은 것이다.
  한편 정치가 좋아야 정치 영역으로 수렴되는 사회의 갈등들이 순리적으로 해소되고 법 집행도 순리에 따라 이뤄진다. 그렇지 않고 정치가 괴팍해지면 법 집행도 상식과 순리를 상실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궤변만이 판친다. 그리되면 우리의 삶도 괴롭고 팍팍해진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즈음한 사망진단서 논란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하다. 대통령이 툭하면 내뱉는 국기문란이라는 말도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지난 7월 방한한 맷 데이먼은 “자국 정치에 관심을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고, 플라톤은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무관심이 우리의 삶에 대한 황폐화를 넘어서서 자칫 파괴할 수도 있을 것임을 알게 해 주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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