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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어디까지 왔나?
  • 김기홍 경제학부 교수
  • 승인 2016.10.03 01:06
  • 호수 1530
  • 댓글 0
   
 

  비틀즈의 <Yesterday>라는 노래가 침대 위로 흘러나온다. 간신히 일어나니, 일주일 전에 구입한 Hoppie라는 홈 보트(Home-robot)가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한다. 춥다고 불평하니 알아서 방 안의 온도를 올려준다. 냉장고 앞에 부착된 모니터에는 자기 전에 말로 주문한 주스 한 잔이 준비되어있다는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다. 오늘은 오전 9시에 센텀시티에서 약속이 있다. 제너시스를 개량한 자율주행차(Auto-Driving car)로는 35분 걸리니, 커피는 가는 동안 차 안에서 마시면 된다. 홈 보트, 그 녀석. 내 커피 취향은 어떻게 알아가지고! 센텀시티에서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와 3D 프린팅에 대한 구글, 테슬라와의 세미나를 마치면 오늘 일정은 끝난다. 최근, 체력이 떨어졌다는 갤럭시S12의 아우성이 심하니 오늘은 미국에 있는 내 주치의에게 원격진료를 받아야겠다.

어느새 다가온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아니다.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미래의 일이다. 눈을 조금만 크게 뜨고 주의를 기울이면 바로 우리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사물인터넷. 모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물과 인간과 공간이 인터넷을 통하여 소통한다. 자동차와 주차빌딩이 소통하고, 냉장고와 이마트가 소통하고, 인간이 냉장고와 자동차와 소통하고, 자동차와 자동차가 소통한다. 인간을 포함할 경우 그 소통의 방식은 ‘언어’ 즉, 말이다. 말로써 모든 것과 소통할 수 있다. 그 최고점은 인간이 말을 통해 로봇과 소통하는 것이다.
로봇은 지금도 산업 현장에 널리 보급되어 있고, 가정에는 초보 형태지만 로봇 청소기가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로봇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집안 일을 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넘어, 인간을 도우는 로봇, 나아가 개인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인간의 반려인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 그 최고점은 뭘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장착된 로봇이다.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에서 이제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으로 진화한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발전하느냐에 달려있다. 놀라지 말자. 인권에 버금가는 로봇의 권리장전이 논의될 수 있다.
PC(Personal Computer). 스마트폰이 이 PC를 대체하면서 점점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건강관리(Health care)다. 심박수, 눈동자, 그리고 땀과 피 한 방울이면 스마트폰은 당신의 건강을 완벽히 체크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역시 지는 해에 불과하다. 무엇이 스마트폰을 대체할까? 구글 글라스, 애플 와치, 삼성 기어? 아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는 사물인터넷을 장착한 달리는 스마트폰이다. 그렇게 발전한다. 이 자율주행차는 대개 전기자동차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내연기관의 시대는 간다. 구글과 테슬라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기술들에 3D 프린팅까지 결합되면 제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프린트란 말이 어색하지만, 이 기술은 공장의 부품을 인쇄하는 것을 넘어, 바이오 기술과 결합하면 인간의 장기를 만드는 것으로 연결된다. 100세 시대. 미안하다. 120세 시대가 오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왜 제4차 산업혁명일까? 증기기관과 기차의 발명이 제1차 산업혁명이라면, 대량생산과 전기의 발명은 제2차 산업혁명이 되고, 인터넷과 PC의 발명이 제3차 산업혁명이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제4차 산업혁명이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부터 말하자.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생산함수는 Y=f(K, L)이다. 자본(K)과 노동(L)이 있으면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가 본격화되면서 이 생산함수는 Y=f(K1, K2, L)로 변한다. 자본과 노동 외에 지식 혹은 정보(K2)가 중요하게 된다. 그러던 것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본격화되면 Y=f(K1, K2)로 바뀌게 된다. 무슨 말일까? 인간의 노동력이 더 이상 중요한 생산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각광을 받고 있는 직업이 10년 혹은 15년 이후에는 결코 유망직업이 될 수 없다. 인간의 육체적 힘을 필요로 하는 단순작업을 넘어서, 정보나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까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의사, 판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이 앞으로도 유망할까? 19세기 초반의 기계파괴운동을 떠올리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경제와 산업,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가장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융합이다. 산업의 구분은 의미가 없게 된다. 자동차 산업과 IT산업의 경계는 이미 사라지고 있고, 통신산업과 금융산업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도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이 뿐 아니다. 학문 분야를 지금과 같이 잘게 쪼개는 것이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있다. 경제나 경영을 구분하는 것, 화학과 생물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뿐 아니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의 학문이 서로 협력해야 하고, 한 가지의 좁은 시야로는 주어진 문제의 해결책을 제대로 통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창의력과 상상력. 지금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라 한다. 10년 뒤에도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이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결코 할 수 없는 새로운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너만이 가지고 있는 너의 고유 특성, 즉 개별성(Individual identity)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을 뛰어넘어 자신 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자신 만의 감성을 가지고, 자신 만의 매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특성을 매혹(Enchantment)이라는 단어로 정리하고 싶다. 매혹적인 인간!!
지금의 교육제도와 사회적 시스템이 이런 인간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 대학이 10년 뒤, 20년 뒤 미래를 살아갈, 이런 특성을 가진, 매혹적인 인간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와는 달리 제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사람, 매체는 많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개인과 사회와 교육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천천히 하면 안되냐고? 아니다. 지금도 결코 빠르지 않다. 지금 갤럭시S7이다. 갤럭시S12의 시대가 온다면 이미 우리는 그 변화의 와중에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부산대학교가 이 매혹적인 인간을 길러낼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의 선두에 섰으면 한다. 가능할까? 글쎄,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김기홍
경제학부 교수

 

김기홍 경제학부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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