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달도 더 지났다. 지난 7월 26일, 총학생회가 전호환 총장에게 ‘국립대학 연합체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려 대학본부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비록 출장을 간 총장 대신 대학본부에 그 뜻을 전달하 는데에 그쳤지만. 그 당시 속보기사를 위해 총학생회와 동행했던 필자는 그 항의방문이 긴 논의의 시작이 될 줄 몰랐다.
이후 8월 4일 정식으로 총학생회와 전호환 총장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을 때, 전호환 총장은 ‘구성원의 합의 없이 연합대학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연합대학이라는 말을 없애고, 우리 학교의 발전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고, 총학생회에서 이를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대학발전협의체’다.
대학발전협의체. 말 그대로 우리 학교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협의체다. 학교의 구성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5개의 주체에서 각각 4명의 대표를 선정하고,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교의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학발전협의체의 취지에 위화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대학발전협의체가 형성된 그 배경에는, 앞서 말했듯 ‘연합대학이라는 말을 없애자’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헌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학내에는 연합대학 학생총투표에 대한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고, 대부분의 게시판에는 총학생회와 총장이 내걸은 대자보가 붙어있다. 연합대학이라는 단어를 안 들어본 재학생이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끊임없이 ‘연합대학’이란 단어가 들려오고 그에 대한 논의가 이곳저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합대학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제안한 전호환 총장이 먼저 여러 매체와 논의장소를 통해 연합대학을 어필하고 다녔으니, 애초에 말뿐인 약속이었던 듯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28일, 학생총투표 2일차에 학생대표 4인이 확정되면서 대학발전협의체가 최종적으로 구성됐다. 연합대학이라는 단어는 사라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구성된 대학발전협의체는 어떤 논의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구체적인 안도 없는 연합대학이 주된 내용이 아닌 채로, 우리 학교의 정책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만 다룰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대학발전협의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일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태에서 구성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학내구성원과 동문회의 목소리까지 모두 듣겠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앞으로 본래의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번 사태처럼 ‘왜 학생의 의견을 묻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또한 한 학생대표의 말대로 구성원들 간 소통과 화합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협의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풀어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 이제 구체적인 안과 내용이 존재하는 기존의 대학 정책들과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차례다. 그렇기에 대학발전협의체가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만남이 아닌 장기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관계와 신뢰를 쌓아가는 협의체가 되길 바란다.

손지영 기자
sonmo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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