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독일의 정당 이름이다.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다. 2013년에 창당한 신생정당이니 말이다. 반이슬람, 반유럽연합, 외국인 혐오를 모토로 하는 이 극우정당이 지금 독일에서 ‘핫’하다. 시작은 지난 9월 4일 독일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 지방선거였다. AfD는 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0.6%를 차지한 사회민주당(SPD)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 의회 총 71석 중 18석을 차지했다.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 총리가 소속된 기민당(CDU)은 AfD에 밀려 제3당이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AfD 당 대표인 페트리의 말대로라면, 이번 선거는 ‘메르켈에게 한 방 먹인 것’(eine Klatsche fur Merkel)이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 이상이라고 보는 게 맞지 싶다.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는 사실 메르켈 총리의 정치 고향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속해 있는 곳이다. 본거지인 셈이다. ‘동독 출신’으로서, ‘당내 기반조차 약했던’ 무명 여성 정치인 메르켈을 단숨에 독일 중앙 정치 무대에서 세운 것도 실은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주에서 그녀가 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AfD는 14.1%를 득표해 주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당은 17.6%를 얻었다. 1990년 이후 최저 득표율이다. 급기야 언론은 ‘메르켈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 운운하기에 이르렀다. 유럽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유독 승승장구했던 독일. 그런 독일을 이끌었던 여성 총리 메르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선 연임을 낙관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정치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가 뭘까.
대체로 난민정책을 원인으로 꼽는다. 작년 8월 시리아 난민 문제가 유럽의 이슈로 떠올랐을 때, 독일 메르켈 총리는 적극적인 포용 정책(Open Door)을 취했다. 역시 독일답다는 평가와 함께 찬사가 쏟아졌었다. 정치에 앞서, 인권과 인류애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방황하던 수많은 난민들이 대거 독일로 몰려들었다.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독일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새해맞이로 분주하던 쾰른 중앙역 주변에서 난민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절도까지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과 질서의 나라 독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론은 들끓었다. 곧이어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으로 확인된 17세 청년이 독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를 달리던 열차에서 승객들에게 도끼를 휘둘러 승객 4명에 부상을 입히는 사건도 보도됐다. 독일도 더 이상 안전한 국가일 수 없게 되었다는 걱정과 우려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AfD는 바로 이 부분을 공략했다. 시리아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난민 공포에 시달리던 독일 국민들은 환호했다.
AfD의 정치적 성공을 보면서, 문득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마저도 포퓰리즘에 속수무책이구나 싶어서다. 소수의 범죄인 때문에 난민 전체를 혐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쯤에서 물어 보고 싶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는 어찌 되었을까.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벌써 제법 많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캠프도 꾸려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경쟁적으로 국민들 마음 사로잡기에 나설 것이다. 좋은 일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다만 인기에만 영합하지 말았으면 한다. 구름 속 허황된 정책이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포퓰리즘의 단맛을 떨쳐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맞다. 선거는 정치인에 대한 심판이다. 하지만 선거는 우리 유권자 자신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부디 정신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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