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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문화재’ 우리 지역의 역사를 증언하다
  • 김미주 기자
  • 승인 2016.09.25 03:40
  • 호수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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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군수물자 수송도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 사실에 관심을 갖고 그 역사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의 네거티브 문화재는 잊혀져가고 있다.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네거티브 문화재’

  네거티브 문화재란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는 문화유산이 아닌 외부에서 민족에게 아픔을 준 시대의 문화재로서 일반적으로 일제의 통치 당시 생겨난 문화재가 대부분이다. 과거부터 네거티브 문화재는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조선총독부는 일제 식민통치와 수탈의 본거지로 없애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철거되기도 했다. 안창모(경기대 건축설계학) 교수는 “학계에서 네거티브 문화재가 주는 역사적 교훈에 대해 강조했지만, 일반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의 일본군 관사는 11억 원을 들여 복원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문화재 등록이 보류되기도 했고, 부산의 송정역도 지역주민들의 문화재 등록말소 요구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일제강점기 1941년, 일제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며 요새사령부를 지금의 부산광역시(이하 부산) 중구 코모도호텔 자리로 옮기게 된다. 이후 그 주변에는 방공호시설이나 포진지 같은 군사시설이 들어섰다. 지난 5월 18일, 중구 대청동 용두산공원 주변에서 인공동굴 두 개와 동광동 옛 부산부청 자리에 네 곳의 동굴이 발견되었다. 이 외에도 장자등·가덕도의 포진지와 탄약고로 추정되는 태종대 동굴 등이 부산에 남아있다.

   
 

방치 속에 신음하는 부산의 일제감정기 유적들

  하지만 이러한 일제강점기 군사시설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군사시설은 보안상의 이유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현재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다. 김윤미(부경대 사학) 강사는 “당시 군 관계 자료는 극비자료이거나 소각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전쟁에서 패망을 하면 책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료를 없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화재의 운영·관리 주체가 다른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연제구에 위치한 횡령산 물만골 지하벙커는 사유지에 속해 개인건설사에서 관광자원 계획 등의 관리 중이었다. 또한 송정역은 현재 철도청이 관리하고 있지만, 해운대구청이 운영권을 받아 역사 내부를 시민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었다.
  용두산 인공 동굴은 예산문제로 조사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김한근 소장은 “지역의 문화재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문화재에 대한 담당부서의 이해와 예산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해당 장소를 유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인식도 부족했다. 중구에 위치한 옛 부산일본요새사령부 인근의 주택가 내 방공호는 주민들이 가져다놓은 물건으로 내부가 어지럽혀져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재 인식 부족으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지역 주민들이 가덕도 외항도 포진지의 철조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한근 소장은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화재 보존 의식보다는 먹고 살기 바빴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의 개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최근 네거티브 문화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부산의 네거티브 문화재는 여전히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산 내 네거티브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근 소장은 “지금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도 미래에도 그 판단이 바르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문화재 지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파손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김윤미 강사는 “전쟁이 끝날 무렵 다른 항구는 폭격으로 인해 파손돼 일본으로 가는 뱃길이 부산밖에 없었다”며 “45년 전쟁 끝에 부산항 일대가 일본군들로 모두 주둔했을 정도로 해장 시설들이 큰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네거티브 문화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대구의 송정역은 근대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수송 철도역이었다. 중구 역사의 산증인인 이영근(금정구, 85) 씨는 “부산이 일본의 전국 군수물자 수송도시로서 송정역으로 △대구 △부산 △포항으로 군수물자를 수송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 송정역은 일제의 잔재이고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등록문화재 등록을 말소하는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한근 소장은 “역사의 어두운 면은 관광을 통해 쉽게 다가가는 다크투어리즘을 통해서도 극복가능하다”며 “네거티브 문화재를 역사적 교훈을 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에는 부정적인 문화재를 역사적 교훈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다크투어리즘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네거티브 문화재의 관광자원화를 가벼운 추억 같은 것과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공공재로서 수익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고 의미와 가치의 정확한 판단을 통해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는 것이다. 안창모 교수는 “군사유산의 경우 관광상품의 역할을 하지만, 역사적 교훈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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