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은 부산과 양산에 걸친 산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문에 숙종 29년(1703년) 국내 최대 규모인 17㎞에 걸쳐 산성이 만들어졌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이 유실된 후, 1972년부터 남동문, 남문, 서문을 복원하였고, 3단계에 걸친 성곽복원작업이 2010년까지 진행되었지만, 개발의 압력과 아픔을 지닌 채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금정산 정상 고당봉(1994년 건립)의 표석이 낙뢰를 맞아 일부가 파손된 사건이 있었다. 이에 고당봉 표석을 새로 만드는 모금캠페인과 함께 ‘금정산 고당봉 표석비 건립 범시민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으로 부산대를 비롯한 각계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고당봉이 낙뢰를 맞은 초기에 환경을 파괴한 인간에게 내리는 하늘의 경고라는 불길한 징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민 대다수의 반응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벼락을 맞은 고당봉 표석의 기운을 받겠다며 손으로 기를 받거나 입 맞추기도 하고 심지어는 끌어안고 사진을 찍으며 벼락의 행운이 부산과 부산시민에게 찾아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로부터 벼락 맞은 물체를 소지하면 나쁜 액운과 잡귀를 물리치며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고, 특히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도장은 귀하고 가격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살짝 부서진 표지석을 다시 그 자리에 세워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하고, 모금된 성금은 ‘금정산 보전관리기금’의 마중물로 사용하기를 제안한다.
최근 많은 언론과 단체에서 표지석을 새로 세우는 정도로 ‘금정산 우리가 지켰다’와 같은 글이 난무하지만 정작 금정산은 부산을 싫어할지 모른다.
  사유지가 많다는 이유로 2008년 도립공원 지정이 무산된 전후로, 전국 최초로 재선충 발생, 골프장 및 레포츠센터 조성, 쓰레기 불법 매립, 유원지 개발 등 다양한 개발 압력을 받고 있으며 2005년 만들어진 금정산통합관리소도 2011년 해체가 되면서 행정의 관리 의지도 사라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최근 국립공원으로의 지정을 위한 불씨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현재의 상태로는 지정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9월 필자도 ‘부산의 진산, 금정산 보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과제의 모색’ 심포지엄에서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발제를 하였지만 금정산 통합관리체계의 구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산대 교가를 보면 ‘금정산 산기슭에 새벽벌 닦아노니’로 시작하고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 후면 산지의 상당수가 부산대 부지이며 금정산의 품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2014년 ‘아름다운 에코캠퍼스 만들기’를 주장한 바 있는데,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을 보호하는 일은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시대적 움직임과 함께 전호환 총장을 비롯한 고당봉표지석건림범시민추진위원장(대외부총장)과 더불어 부산대 교직원, 동문들이 고당봉을 등산하면서 ‘금정산 환경보호 및 고당봉표석세우기 캠페인’을 통해 금정산을 보호하고 가꾸자는 결의를 다지기도 하였다.
  금번 금정산 고당봉의 번개는 무분별한 파괴로 훼손되어가는 금정산을, 번개라는 행운의 상징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도록 하고, 이를 기회로 제대로 장기적인 보전관리계획을 세우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표지석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는 산으로서의 천년의 미래(欲觀千歲 數今日: 천년을 읽으려면 오늘부터 읽어라)를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에 부산대가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김동필(조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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