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로 가본 대의원총회였다. 대의원총회는 늘 기대되는 곳이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과 발언들, 뜨거운 공방….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학생 사회가 아직 살아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번에 열린 ‘2016 상반기 민족효원 대의원총회’(이하 총회)에선 <총학생회 회칙>(이하 회칙) 개정을 진행했다. 작년 대의원총회에서 회칙 개정을 경험했던 필자는 장시간 회의를 예상하고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1장부터 6장까지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만들었구나, 제대로 의견수렴을 해서 진행이 빠르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9장을 검토하던 도중 갑자기 1장에 대한 수정안이 발의됐다. 1장 3조와 5조의 내용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왜 1장을 개정할 때는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지? 답은 필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대의원들 앞으로 나선 순간 알 수 있었다. 비표를 의자에 꽂아 무조건 찬성을 표한 후, 꽂아둔 비표 뒤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는 대의원들은 안건을 제대로 볼 생각조차 없었다.
이후 진행된 학생회 회계 감사 보고에서도 대의원들의 태도는 비슷했다. 나노과학기술대학 학생회의 감사 미실시로 이번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의 미흡함이 드러났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감사 취재 당시 ‘감사위가 제대로 감사하지 않는다’, ‘감사위가 비상설이라서 문제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총회에선 어떠한 변화의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자고 있자니 개정된 회칙이 떠오르면서 걱정이 들었다.
이번 회칙 개정 과정에서 대의원의 업무 중 ‘결산안 심의’가 빠졌다. 결산은 이미 집행된 사항이고, 감사가 존재하기에 굳이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전제 조건은 당연히 감사위가 정확하게 감사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고된 감사 결과의 내용으론 감사위에 대한 신뢰를 쌓기 어려웠다. ‘잘 정리됐다’, ‘누락이 없었다’로만 표현된 평가 결과에다가 학생회와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은 감사위였다. 징계 사항 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생명자원과학대학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다시 징계 논의가 이뤄진다.
이것이 비단 올해 감사위의 문제만은 아니다. 감사위 위원들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평가의 질과 소명의식이 보장되기 어렵다. 소명 의식의 부족함은 서로 감사위원장 직을 꺼려 뽑기로 선출하는 것이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사위가 상설기구로 전환되지 않고선 학생회 회계 감사는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이번 감사를 통해 느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회칙에 결산 심의까지 없어졌으니 학생회비가 올바르게 사용됐는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처음 대의원총회를 갔던 작년이 떠오른다. 당시 대의원총회는 6시에 시작했음에도 자정이 다가올 때까지 끝나지 못했다. 그때도 회칙개정을 했다. 그곳에 앉아있던 대의원들은 회칙 한 문장 한 문장에 의문을 품었다. 논쟁이 격해지면서 어떤 대의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었다. 그 모습이 완전히 올발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비표를 꽂아둔 채 게임을 하고, 길어지는 질의에 ‘내가 왜 이걸 듣고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대의원들보다는 대의원다웠다고 생각된다. 대의원은 학생들의 한 표 한 표가 모여 이뤄졌다. 그렇다면 그들이 좀 더 대의원의 품격을 갖춰주길 바라는 게 큰 무리일까?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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